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으며, 이 부회장 측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판단 하에 재판부는 특검이 제기한 주요 혐의인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특검이 재판에 넘긴 뇌물액수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지원한 액수를 포함해 모두 433억 원이었으나 재판부는 승마 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뇌물 89억 원만을 인정했습니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게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 요청을 했기 때문에 이 요청을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대가라고 만은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가지 혐의 중 가장 형량이 무거운 재산국외도피 혐의의 경우 특검의 공소사실엔 78억 원이 넘었는데요. 1심에서 인정된 것은 삼성이 최순실씨 쪽에 준 말 구입비용을 제외한 37억 원 뿐이었습니다. 삼성이 말을 사들일 당시엔 최씨 쪽에 증여할 의사가 없었고, 빌려주려고 했었다가 나중에 줬다는 삼성의 논리를 받아들인 겁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국으로 빼돌린 재산의 액수가 50억 원을 넘을 경우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어 재판부가 이 부회장 형량의 '하한선'을 낮추기 위해 재산국외도피액의 일부만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덧붙여 이날 재판부는 삼성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을,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보도량, MBC 가장 적고 SBS 가장 많아판결 당일인 25일부터 27일에 걸쳐 가장 적은 관련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는 MBC(9건)입니다. 반면 SBS는 이 기간 23건, KBS와 JTBC가 각각 18건으로 MBC의 두 배에 달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보도량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보도내용이었습니다. 이재용 판결 보도의 문제 유형은 크게 △'리더십 부재' 등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이 입은 '피해'를 부각하고 염려하는 보도와 △친박 집회 참가자들의 판결 불만을 '보수 여론'으로 포장해 전하는 보도로 나뉩니다. 일부 방송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심경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삼성이 위기에 처하게 됐다!'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는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이 겪게 될 '위기 상황'을 부각함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이 '과도한 벌'을 받게 되었다는 듯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TV조선이었습니다. 총 15건의 보도 중 그 실체도 불분명한 '삼성의 위기'를 부각한 보도가 무려 6건에 달합니다. TV조선은 7개 매체 중 유일하게 3일 내내 연달아 이런 유형의 보도를 내놓은 유일한 방송사이기도 합니다.
3일 내내 실체도 불분명한 삼성 위기론 설파 나선 TV조선 TV조선 보도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먼저 25일 <"설마했는데"…충격에 빠진 삼성>(8/25 https://goo.gl/Cvq5QP)은 "삼성그룹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죄를 기대했던 삼성은 창사 79년 만에 처음 총수가 실형 선고를 받자 망연자실한 모습" "전·현직 경영진의 무더기 실형 선고에, 삼성은 망연자실한 모습" "한 인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됐다'며 그룹의 앞날을 걱정" "사상 최악의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며, 삼성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 등을 반복하여 전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이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식의 호들갑인 셈입니다.
<글로벌 위상 '타격'… 부패로 제재?>(8/25 https://goo.gl/Acr5Ex) 역시 "이번 1심 판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가 인정되면서 브랜드 가치 손상이 예상"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삼성, 공들여 쌓아온 글로벌 일류기업 위상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마치 '뇌물죄를 인정해버린 1심 판결 때문에' 삼성이 피해를 입었다는 느낌을 줍니다.
<삼성 주가 '출렁'… 재계 긴장감 역력>(8/25 https://goo.gl/VjnKdP)은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는 점을 들어 "경제 전반이 위축되지는 않을까"라는 재계의 '한숨 섞인 우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총수의 장기 공백으로 반도체와 IT 성장 엔진이 멈추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거나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TV조선의 이런 근심과는 무관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주가는 큰 상관이 없으며, 영향을 준다 해도 소폭․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입니다. 실제 선고 직후엔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주가가 내리고 호텔신라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보였으나 소폭에 그쳤을 뿐입니다.
<긴급타전…"삼성 리더십 공백 우려">(8/25 https://goo.gl/ns8KBq)에서도 TV조선은 외신이 "재벌에겐 비교적 관대했던 사법 잣대를 지적하면서도, 삼성 리더십 공백에 우려를 나타냈"다며 또 다시 '리더십 부재' '총수 부재의 파급효과'를 부각했습니다. 26일의 <삼성, 공식입장 없이 침묵…삼성전자 긴급 회의>(8/26 https://goo.gl/cLyux1) 역시 "오너 부재 장기화로 신규투자 M&A 등 굵직한 의사결정에서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 "뇌물을 건넨 혐의가 최종심에서 확정될 경우 삼성의 해외사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7일의 <'총수 공백'… 옥중 경영 강화?>(8/27 https://goo.gl/Ayxfws)에서도 "삼성의 총수공백이 계속"된다며 "옥중 경영이 더 강화될 것이란 분석"과 함께 "총수 공백 리스크를 어떻게 최소화할지 삼성 내부의 고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앞세운 삼성의 망상성 우려를 매일 반복해 전한 셈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TV조선 전원책 앵커는 아예 <전원책의 오늘 이 사람/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8/25 https://goo.gl/eZsEsJ)에서 "지금까지의 정경유착 폐단을 저도 인정합니다. 그 바람에 지금 이 나라 최고기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삼성의 전략적 의사결정의 부재는 우리 경제에도 마이너스입니다. 이 부회장의 업보이자 숙제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수동적으로 응한 뇌물이라는 잣대에 자유로울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기업들에게도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말일까요? "묵시적 청탁으로 인한 처벌이 죄형법정주의와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 아리송합니다"라는 앞선 발언이나 TV조선의 여타 보도를 감안하면, '기업들이 수동적으로 뇌물에 응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 과도한 판결을 내렸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국가의 사법질서가 재벌들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힐난인 셈이지요.
지상파 중에서는 MBC가 유독 '활약'다른 방송사들도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우려는 빼놓지 않았는데요. 지상파 중에서는 MBC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먼저 선고 당일 <삼성 '충격'… 재계 "안타깝다">(8/25 https://goo.gl/hX4XxQ)에서는 아예 앵커가 기자를 향해 "삼성 측이 예상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요"라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기자는 "네, 그렇습니다. 충격과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리포트에서도 MBC는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앞으로 더 장기화 될 건데, 그렇게 되면 회사의 굵직한 결정을 누가 할까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기자 발언 뒤에, 삼성 관계자의 "당연히 100% 무죄로 생각했는데 실망감이 큰 거죠. 임직원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거나 새로운 사업을 진출한다거나 계열사들이 협력해서 해야 되는 일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는 할 조직도 없고, 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죠.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가장 큰 거죠"라는 '염치 도 어이도 없는' 발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합리적 조언을 내놓는 대신, 그저 '총수가 없어서 큰일'이라는 정체불명 삼성 관계자의 '멘붕 심리'만을 부각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실제 저지른 잘못의 크기를 '삼성의 위기'로 덮는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MBC는 이틀 뒤 <'불확실성' 커진 삼성… '옥중 경영' 강화하나?>(8/27 https://goo.gl/kGYF8q)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이후 실형 선고까지 초유의 사령탑 부재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해외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작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으로 발 빠르게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설명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KBS는 TV조선이나 MBC에 비하면 '얌전한 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삼성 '충격' "즉시 항소">(8/25 https://goo.gl/jD9C1Y)는 "부동의 재계 1위임에도 정경유착의 꼬리표를 거듭 달게 됐고, 특히 뇌물죄 인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지의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시작된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도 부담"이라는 점을 빠트리지 않고 전하고 있습니다. 해당 보도는 "각 사별 개별 경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말 하지 못했던 사장단 인사도 차질이 불가피하고, 지배구조 개선이나 인수합병 등 그룹 살림을 크게 보고 결정하는 게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 재차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KBS는 <이병철․이건희 이어… 3대 모두 '법정 수난'>(8/25 https://goo.gl/hXMZEo)을 통해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총수 3대"가 "정경유착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을 "수난사"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MBN․채널A도 '삼성 누가 이끄나' 타령 반복MBN이나 채널A도 비슷합니다. 먼저 MBN은 <충격에 빠진 삼성…"즉각 항소하겠다">(8/25 https://goo.gl/HpYCMH)에서 "선장을 잃게 된 삼성전자는 충격에 빠졌습니다"라며 "무죄나 집행유예를 예상했던 터라 삼성 내부의 충격파는 더 컸"고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건과 같은 신사업 추진은 일단 어렵게 됐"다는 점을 전했습니다.
그 외에 삼성 관계자의 "당분간 굵직한 인수합병이나 신규 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는 발언이나, 익명의 재계 고위 관계자의 "국내 다른 그룹의 대외 신인도도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발언,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당연한거고요. 당장 엘리엇도 한국을 부패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노력을 할 겁니다"라는 발언을 나열하고 있다는 것 역시 TV조선 등과 다를 바 없습니다. MBN은 다음날의 <삼성 누가 이끄나>(8/26 https://goo.gl/69zD2q)에서도 "삼성 경영을 누가 이끌어갈지 관심이 쏠"린다며 "미래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채널A의 <설마했는데… 총수 첫 실형 '충격'>(8/25 https://goo.gl/9aWm7W)은 아예 "재판부가 선고문을 읽는 한 시간 동안 삼성 사람들은 설마하는 희망과 또 충격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기자 역시 삼성이 "충격을 받은 상태"이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 된데다 총수 실형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경영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예의주시하던 재계"의 "당혹감"역시 물론 빠지지 않았지요.
SBS․JTBC는 '삼성 충격' 전하면서도 '위기론'에는 '덤덤'반면 SBS와 JTBC는 '삼성이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그 이후의 '삼성의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덤덤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먼저 SBS는 재판 당일에는 <충격의 삼성… "공식 입장 없다">(8/25 https://goo.gl/gQKzv6)를 통해 "그룹 총수의 실형 선고 소식 이후 큰 충격에 빠진 모습" "일부 임직원들은 선고 전 무죄 혹은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지만 막상 실형이 선고되자 충격을 받은 모습" 등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그룹 개편 '올스톱'… 힘 받는 '전문경영'>(8/26 https://goo.gl/i5iZxn)을 통해 "이번 판결로 삼성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며 인한 삼성의 피해를 부각하지 않고 "결국 전문 경영 체제에 힘이 실릴 거란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JTBC는 <충격의 삼성…변호인단 "즉각 항소할 것">(8/25 https://goo.gl/YpKwse)에서 "삼성 내부는 크게 낙심한 분위기"라 전하면서도, 그 낙심한 분위기를 계속 부풀려 전달하는 대신 그 뒤에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 된 뒤 이미 반년 가까이 유지해 온 전문경영인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 "항소심 등 법적 다툼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총수 대행을 계속 맡을 것" 등의 담백한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보수 단체가 이재용 판결에 반발했다'박근혜 씨를 지지하는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등 친박단체 회원들은 이재용 부회장 판결을 앞두고 법원 주변에서 이재용 부회장 석방 촉구 집회를 열어왔습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씨가 뇌물죄로 함께 엮여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이들은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자 "억지 판결"이라며 법원 밖 서초동 일대에서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 부회장의 단죄를 촉구하며 노숙 농성을 벌여온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은 선고 직후 징역 5년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법원 주변 풍경' 모습을 다룬 보도는 7개 방송사가 모두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JTBC와 MBN을 제외한 5개 방송사의 경우 법원 주변 집회 양상을 다룬 보도에서 친박 단체를 '보수 단체'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한 입장을 진영논리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행태입니다.
친박 단체를 '보수'로․민변 등을 '진보'로 표현한 MBC․채널A이런 태도가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MBC와 채널A입니다. MBC의 <소란스런 법원…하루 종일 '긴장감'>(8/25 https://goo.gl/rqZrFY)은 "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다며 그 보수성향 단체의 회원으로 민중흥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종북 좌익 세력'이 '탄핵을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특검 규탄 활동을 이어온 단체입니다. 또한 "진보성향 단체에선 '삼성 재벌에 처음으로 내려진 실형 선고를 환영한다'면서도 '형량이 낮다'며 아쉬움을 표했"다며 강문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이번 판결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의 의견이 갈렸다는 듯한 보도인 셈이지요.
채널A도 <"유죄" 때마다 고개 숙인 삼성>(8/25 https://goo.gl/pqxb2X)에서 "법원 밖에서는 보수와 진보단체의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오늘 법원 밖에선 보수와 진보단체 회원 수백 명이 각각 이 부회장의 무죄와 유죄를 주장하며 집회를 벌였습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KBS․SBS는 '친박 세력=보수 세력' 설명진보단체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KBS와 SBS 역시 친박 세력을 '보수'라 칭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KBS는 <고성 오간 법정 밖… "무죄 석방" "엄중 처벌">(8/25 https://goo.gl/nj4vXu)에서 "1심 재판 결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법원 밖으로 나오자 판결에 불만을 품은 보수단체 회원들은 거친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미칠 영향 탓에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 석방을 외치며 특검 수사가 편향됐다고 주장했습니다"라며 반복적으로 이들을 '보수'라 불렀습니다. 반면 이재용 엄벌 촉구 세력에 대해서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시민사회 단체"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SBS도 <도로 사이에 두고… 종일 초긴장>(8/25 https://goo.gl/6fFFT4)에서 "보수 성향의 단체가 도로를 건너 이재용 부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측에게 항의하려 하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습니다"라 언급했습니다. 민주노총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라고 주장하는 쪽"이라 지칭했습니다.
TV조선은 '탄핵 무효' 주장까지 소개TV조선의 경우 친박을 보수라 언급하는 것 외에도 몇가지 추가적인 특징이 있었는데요. 그건 이재용 엄벌 촉구 집회의 주장은 아예 소개하지 않았고, 그 대신 친박 집회의 '탄핵 무효' 주장을 소개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25일 <표정 굳어지고… 최순실 '한숨'>(8/25 https://goo.gl/YcxKs8)에서는 이재용 석방을 요구하는 이들이 "친박 단체"임을 설명하기는 했지만 같은 날 민변이나 민주노총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반올림 등의 주장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이재용 유죄'에 반발집회 잇따라>(8/26 https://goo.gl/4Fhinb)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유죄선고에 반발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대한문 앞에서도 보수단체 300여명이 집회를 열어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선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라며 친박 세력을 보수 세력이라 설명하며 이들의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단순히 재판 결과에 대한 '항의 발언'만을 전한 것이 아니라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무죄도 함께 주장했습니다"라며, 이들의 "탄핵 무효" 외침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또 보도는 이재용 엄벌 촉구를 요구한 단체의 목소리 대신 민주당의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 선고는 생중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친박 세력 주장 소개 없이 행위만 전달한 JTBC그렇다면 MBN과 JTBC는 어땠을까요? 우선 MBN은 <"형량 가볍다" vs "억지 판결">(8/25 https://goo.gl/4mt2z3)과 <"이재용은 무죄">(8/26 https://goo.gl/tfXLEa)를 통해 친박 세력을 "시민단체" 혹은 "무죄 석방을 요구하던 집회 참가자들" "친박단체"로 말하긴 했습니다. 이재용 엄벌 촉구 시민들은 "진보 단체"라고 했지만요. 덧붙여 MBN은 TV조선과 마찬가지로 관련 보도를 2건이나 내놓은 방송사인데요. 이들의 주장을 이렇게 하루에 한 번씩 보여줘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반면 JTBC는 <변호인들 체념한 듯 눈감아… 법정 밖은 소란>(8/25 https://goo.gl/bAC36g) 보도 말미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선고 결과에 반발하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고성과 소란이 한동안 이어졌"다고 말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이재용이 착잡한 심경을 느낀다고 한다'이 와중 일부 매체는 재판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심경 전하기'에 집중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KBS는 판결 이틀 뒤 '단독'이라며 이재용의 '재판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전하는 <이재용 심경 토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8/27 https://goo.gl/XnZWM8)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실제 속 마음" "착잡한 속마음" 등이 공영방송이 단독을 붙여가며 전해야 할 사안인지는 의문입니다.
SBS의 경우 25일 당일 유독 이 부회장의 심경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날 8번째 보도 <유죄 판결로 흐르자… 얼굴에 당혹감>(8/25 https://goo.gl/8cqPrg)에서 이미 "담담한 표정의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장이 유죄를 선고하는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거나 "얼굴에는 당혹감이 번졌"다는 등의 설명을 해 놓고는, 이것으로는 부족했는지 10번째 보도 <다시 독방으로… "실형 각오했지만 허탈">(8/25 https://goo.gl/k3dqKw)에서 다시 이 부회장의 "실형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석방에 대한 희망도 있었는데 막상 징역 5년이 선고되니 허탈하다"는 발언과 익명의 법무부 관계자의 "평소 긍정적인 모습이던 이 부회장이 애써 마음을 달래보려는 듯 허탈하고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는 발언 등을 중점적으로 전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5~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