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장님에게만 죄가 있나. 판사 중에서도 오아시스 같은 새로운 판사의 판결을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3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404호 법정 앞.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원 전 원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자 부인인 이병채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의 선고를 듣고 법정을 나와 두리번거리던 이씨는 원 전 원장의 사설 경호팀장에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며 물었다. 이씨는 하늘색 손수건을 든 오른손을 부르르 떨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경호팀장은 "(원 전 원장이)법정 구속이 됐으니 일단 내려가자"며 그를 안내했다.
뒤이어 원 전 원장의 변호인단인 배호근 변호사가 법정 문을 나섰다. 배 변호사는 "재판부 판결을 수긍할 수 없고 상고해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보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검찰의 주장만을 수용했고 변호인의 증거와 법리는 참작되지 않았다"고 했다.
짧게 말을 마친 배 변호사는 이씨와 사설 경호팀장의 뒤를 따랐다. 이씨의 한탄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4층 법정에서 1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가는 내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며 "일방적으로 검사 말만 들은 판결이었다"고 쏘아붙였다. 원 전 원장을 법정까지 경호했던 사설경호팀 5명이 이씨를 둘러쌌다.
원 전 원장이 공판에 출석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찾아와 그를 경호했던 이들도 재판부를 비난했다. 이날 원 전 원장이 출석하기 40분 전, 법원 앞에서 그를 기다렸던 김중광 국민행동본부 감사는 선고가 끝나자 "무고한 원장님이 구속됐다"고 잘라 말했다. '천안함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의 'never forget pu-772'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성조기와 태극기 배지를 단 그는 "원장님은 국정원장으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