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A과장이 신연희 강남구청장 횡령·배임 혐의 수사와 관련된 전산자료를 삭제하는 과정에 신 구청장이 직접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터넷·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반면, 정작 강남구 주민들은 이 사건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세대별로 다른 반응이 감지됐다.
지난 8월 경찰이 강남구청 간부를 신 구청장 횡령·배임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 이후 언론은 강남구청 간부가 직접 자료를 삭제했고 그 자리에 신 구청장도 함께한 CCTV 영상이 있다고 알렸다. 지난 4일에는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을 직접 지시하고 서명까지 했다'는 후속보도도 이어졌다.
신 구청장 관련 보도가 나간 뒤 뉴스사이트, 포털, SNS 등에서는 신 구청장을 비판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는 등 여론이 뜨거웠다. 하지만 정작 강남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집값이 문제인데... 강남구청장 따위 관심 없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신연희 구청장의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 "잘 모른다. 인터넷을 보다가 기사를 보긴 했지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라면서 "엄마들과 만나서도 교육 이야기를 하지 구청장과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개포동 재건축 단지에 거주하는 한 60대 남성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집을 팔 수도 없고 대출규제로 자금 조달도 어려워 답답한 심정이다. 최근 관심사는 이것이지 강남구청장 증거 인멸 사건 따위는 관심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신 구청장의 증거인멸 관련한 내용은 인터넷 기사를 봐서 알고는 있지만, 사실 내용이 어렵고 누구 말이 맞는지 잘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신연희 구청장이 단체카톡방에 가짜 뉴스를 올려 논란이 됐을 당시, 강남구청 누리집 열린구청장실에는 구청장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왔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구청장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강남=새누리=당선, 공식 깨지고 있다"... "박근혜 탄핵처럼 짜맞추기"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젊은 층과 노년 층의 시각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가 만난 취재원 중 젊은 층은 신 구청장의 잘못을 지적하는 반면, 노년 층은 이번 사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30대 직장 여성은 "강남구청장 이야기에 많은 친구들이 속상해한다. 이번 기회에 강남도 변화하길 바란다"라면서 "예전에는 새누리당 후보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신연희 구청장 사건 이후 이런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젊은 남성(30대)은 "강남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강남이라는 지역을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다. 신 구청장 사건으로 인해 그런 인식이 더 나빠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면서 "더 이상 안 좋은 뉴스로 강남 이야기가 보도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예전부터 새누리당을 지지했다는 한 노년 남성(60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때와 같이 신연희 구청장 사건도 억지로 짜맞추기 하면서 몰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50대 남성은 "신 구청장이 가짜뉴스를 올린 건 공직자로서 잘못된 처신이라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자료 삭제 의혹은 다르게 본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료를 삭제했다고 하는데 이걸 마치 큰 잘못인 것처럼 젊은 구의원(여선웅 구의원)이 몰아가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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