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포항공대 동료 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뉴라이트 대표 격인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초청 세미나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대한민국 건국의 문명사적 의의'를 주제로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정기세미나(2016년 11월)에 이 전 교수를 초청하게 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초청을 확정한 시기는 2016년 8월경이었다. 내부적 논란도 있었지만 다양한 분야의 교수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진행하면 더 낫겠다는 취지에서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자는 "논란 과정에서 다음 번 세미나에서는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도 초청을 추진하기로 구성원 간 협의하였고, 학내의 반대의견을 수용해서 참석 여부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하였다"라고 밝혔다.
앞서 박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창조신앙 신봉과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에 대한 해명한 기자회견에서 "(이 전 교수를 초청한 이유는) 어느 학과가 CEO를 가장 많이 배출했느냐는 내용에 미국 신문 칼럼에서 역사학과가 1등이라고 나왔다. 그런 맥락과 독서토론에서 (이 전 교수)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안하는 게 맞겠다 해서 취소됐지만 학문의 자유가 있는데 다른 쪽에서 생각하는 분도 초청을 하자고 해서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견에서 뉴라이트 역사관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역사에 무지해 생긴 일"이라며 "부끄럽지만 장관 후보자 지명 전에 정치 및 이념적인 성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또 "건국 70주년 논란 역시 건국과 정부 수립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이후 알게 됐는데 헌법에 기술된 헌번가치를 존중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라며 "뉴라이트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그 운동이 어떤 성격인지를 생각해본 적 없다. 이제까지 그 어떠한 정치, 이념적인 활동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가 일제 시대에 이뤄졌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며, 1948년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다. 이 같은 뉴라이트의 주장은 상해임시정부와 항일독립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전 교수는 박 후보자가 말한 '역사학과' 출신도 아니고 역사를 연구하지 않은 경제학과 교수다.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이 같은 논란에 "(이 전 교수 초청이) 8월에 결정되었으나, 촛불혁명이 한창이던 11월에 이념 갈등의 한 가운데 있는 학자를 초청한 것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일이었다고 판단하며,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박 후보자가 이른바 '소시민론'과 '무지론'으로 청문회를 돌파하려고 하고 있지만, 일련의 행동은 그가 '뉴라이트'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라며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해서는 안 된다. 이는 분명 청와대 국정 철학과도 맞지 않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생활보수'를 운운하며 박 후보자를 옹호하고 있다. 이는 촛불 정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