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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학교에서 나무위에 올라간 아이들 모습
숲학교에서 나무위에 올라간 아이들 모습 ⓒ 베타니아 제공

"아이야! 맑은 눈의 아이야. 여기 한 줌의 씨알이 있다. 너는 그것을 세지 말아라. 누구의 것이 더 많고 적은가 비교하고 슬퍼하지 말아라.

아이야! 눈물 어린 아이야. 너의 걸음마다 나무가 자라고 있다. 누가 더 빨리 꽃피우나 조급하지 말아라. 너의 나무는 너만의 리듬이 있으니. 비바람 속에 뿌리를 더 깊이 내려가라"

박노해 시인의 '아이야'란 시 중 일부로 베타니아 공동체에 다니는 아동들을 잘 표현한 글이다. 가을비가 심하게 내리던 지난 6일 오후 1시,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 28명이 여수베타니아 공동체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사무실을 방문했다.

 숲학교를 둘러보는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
숲학교를 둘러보는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 ⓒ 오문수

따뜻한 유자차를 제공하며 환영해주는 김종호 이사장과 김민희 사무국장이 소식지를 내밀었다. 내민 소식지 40호 제목은 <다름과 같음>. 공동체 구성원들을 한 마디로 나타낸 제목이다. 1년에 두 번 발간한다고 하니 20년의 역사를 가진 베타니아 공동체이다

광주 전남 최초의 장애아 전문 보육기관인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에는 장애·비장애를 포함한 115명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주간 보호시설, 아동발달지원센터, 숲 학교를 겸한 생태 통합보육의 메카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 보호시설 '작은나루'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이 숲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이 숲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 오문수

베타니아에서는 가족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주중 낮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일상생활훈련, 사회적응 및 지역사회 재활훈련. 개별화 교육, 건강관리 및 특별활동, 여행, 공연, 견학 등 여가 문화활동도 지원한다. 필요할 땐 가족 상담 및 교육도 실시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자연이 아이들의 교실이 되게하라!"는 숲 교실 운영

 숲학교 탐방을 마친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숲학교 탐방을 마친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오문수

 6일 오후 1시, 베타니아 공동체를 방문한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에게 현황을 설명해주고 있는 김종호 이사장
6일 오후 1시, 베타니아 공동체를 방문한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에게 현황을 설명해주고 있는 김종호 이사장 ⓒ 오문수

1997년 사회복지법인으로 인가받은 베타니아는 장애아 통합보육과 생태 유아교육, 숲 교육, 장애 청소년 교육의 메카다. 2005년부터는 생태교육으로 전환해 숲 학교와 숲 유치원을 시작(2011년)했다.

2015년에는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부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지정(제2015-031호)받아 지역사회에 숲교육 프로그램을 재능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유아교육기관 최초로 산림청으로부터 베타니아 숲 교육프로그램 인증(제2015-25호)을 받았다. 2016년 7월 1일에는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UNESCO-ESD) 공식 프로젝트로 인증받았다.

베타니아 공동체를 방문한 서대문 보육포럼 운영위원들에게 공동체를 설명하던 김종호 이사장의 말이다.

 베타니아 공동체 김종호 이사장 모습
베타니아 공동체 김종호 이사장 모습 ⓒ 오문수

"먼 곳에서 모처럼 방문해주셨는데 비가 와서 좀 그렇습니다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나쁜 날씨란 없습니다. 날씨에 맞춰 복장을 갖춰 입으면 되니까요. 생태교육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인가를 고민하다 200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사람 손이 가면 아이들은 금방 흥미가 없어집니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일반 아이들에게도 숲 유치원 교육이 좋은데 장애아이들에게는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김민희 사무국장이 눈여겨볼 사례를 소개했다. 장애를 입은 9살 소년 K군은 2012년 봄 처음으로 숲에 갔다. 휠체어를 탄 소년과 함께 산에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돌들도 있었고, 가파른 언덕을 가기도 쉽지 않았다. 힘들게 올라간 산 중턱에서 소년이 말했다.

"선생님 왜? 숲에 사람들이 있어요?!"
 숲학교에 온 아이가 넝쿨을 뒤집어 쓴 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숲학교에 온 아이가 넝쿨을 뒤집어 쓴 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 베타니아 제공

한 번도 숲에 가보지 못하고 그림책으로만 숲을 배운 친구는 숲에는 나무와 동물들, 곤충들만 산다고 생각하였다. 나뭇가지를 만지는 것은 지저분하다고 싫어했던 아이는 며칠이 자나자 "숲에 언제 또 가요?"라고 물었고, 이제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된 소년은 더 많이 밝아지고 더 많은 웃음을 갖게 되었다.

사람과 자연 사랑에 전력을 다하는 베타니아.  "입소문이 나자 연말쯤에는 300명 정도가 입소를 희망하며 줄을 선다"는 베타니아의 사랑이 더 활짝 꽃피우기를 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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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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