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노동자들의 함성이 파도처럼 전국을 뒤덮었던 87년 노동자대투쟁이 30년을 맞았다.그 성과로 1995년 민주노총이 건설되었고 강산은 세 번 변했다. "민주노조 건설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외치며 공장과 거리를 점거했던 20대 노동자들은 이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심각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며 노조할 권리를 빼앗겼고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파괴로 신음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맞아 그날의 정신을 기억하고 오늘의 현실을 가슴에 새기며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자리로 '부산지역 노동자한마당 및 하반기 투쟁선포식'(아래 노동자한마당)을 9월 13일 오후 7시 30분 송상현 광장에서 열었다.
대회장 주변에는 87년 사진전이 열렸고 노동자협동조합에서 준비한 추석 선물세트 부스도 설치되었다.
지난 9월 4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MBC와 KBS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사전 피켓팅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투쟁 소식이 담긴 선전물을 꼼꼼히 읽어보며 파업중인 언론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노동자한마당은 총 4부작으로 기획되었다. ▷기억하라 1987 ▷그날의 함성, 오늘의 촛불 ▷우리가 승리했다 ▷내 삶이 바뀌는 게 노동해방 이라는 네 가지 소주제로, 87년을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조망하고자 했다.
연설과 발언보다 공연, 영상 등을 후하게 배치해 자칫 근엄하고 경직되어 보일 수 있는 집회 분위기를 탈피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강연, 교양문화집체극, 토론회, 자료집 발간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억하라 198787년 당시 투쟁 상황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 후 결성 30년이 된 5개 노동조합의 대표자들이 무대로 등장했다.
30년 전 노동조합 결성 당시에 함께 했던 대표자도 있고 한참이 지난 후 노동조합에 가입한 대표자도 있었다. 선, 후배 노동자들이 한 무대에 올라 떨리지만 힘찬 목소리로 격문을 읽었다.
그날의 함성, 오늘의 촛불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하 본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권이 바뀌면 배치되지 않을 줄 알았던 사드(발사대)가 배치되고 평화의 상징이었던 성주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강정마을처럼 되어 버렸다"면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를 공론화위원회로 던져 버렸다"고 탄식했다.
이어서 김재하 본부장은 "2019년이 되어야 ILO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하니 올 하반기 국회에서 노동관련 악법이 개선될 여지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뒤 "모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될 줄 알았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고 공공부문을 제외한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면서 "결국 노동자들의 투쟁력과 정치적 역량에 따라 사회가 바뀌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김재하 본부장은 "오늘은 하반기 투쟁의 선포식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촛불의 출발이다. 이 촛불은 한 풀 꺾인 적폐세력을 완전히 청산하는 투쟁촛불이 될 것"이라며 "단결된 힘으로 투쟁해서 촛불의 심지가 되자"고 외쳤다.
김재하 본부장의 대회사 후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 대표자들의 축하 인사가 영상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승리했다박근혜정권 퇴진 투쟁에서 다양한 노래와 춤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한 씨뱅(see bang)의 공연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약 6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선 씨뱅은 진일보한 공연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씨뱅의 공연 후 약 다섯 달 동안 진행했던 부산지역 촛불항쟁이 영상으로 상영되었다. 부산지역 주말 시국집회는 총 18번이 진행되었고 참가 연인원은 91만 300명이다.(평일 집회 제외)
내 삶이 바뀌는 게 노동해방지난 9월 4일 파업에 돌입한 언론노조의 투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 후 지역의 적폐 청산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몸짓 공연과 완강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어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깃발춤과 카드섹션을 선보였다.민주노총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되었고 산별대표자들이 무대로 나와 결의문을 낭독했다.
결의문 낭독 후 모든 참가자들이 '단결투쟁가'를 부르며 '87년 노동자대투쟁 정신계승 부산지역 노동자한마당 및 민주노총 부산본부 하반기 투쟁선포식'은 막을 내렸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정신계승 부산지역 노동자한마당 투 쟁 결 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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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87년 노동자대투쟁 30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30년 전 노동자대투쟁은 산업과 업종, 지역과 성별을 넘어 거센 투쟁의 물결로 전국을 강타했다.
공돌이, 공순이, 산업역군으로 불리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했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 쟁취하자! 개밥식사 개선하라! 어용노조 물러가라!"며 인간임을 선언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은 민주노조 운동의 거대한 도약이었고 '노동자가 이 땅의 주인'임을 천명한 투쟁이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1995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건설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노동자들은 구속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때로 하나 뿐인 목숨을 주저 없이 내 놓기도 하며 투쟁했다. 30년 전 그때처럼, 2017년 대한민국은 거대한 변화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우리 삶이 변했는가.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의 위원장, 한상균 동지는 지금 어디 있나.
비정규직은 노조 할 권리조차 박탈당했고 정규직들은 수십 억짜리 손배를 각오해야 파업을 할 수 있다. 노동 3권의 행사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을 세상은 아직 멀었다.
촛불의 힘으로 당선되어 국민을 섬기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은 끝내 사드배치를 강행하며 대미추종으로 기울었다. 미국에 편향된 일방적인 정책은 동북아의 갈등을 부르고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촛불혁명은 정권교체만을 요구한 게 아니다. 우리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낡은 것은 여전히 죽지 않았고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피로 새긴 민주노조의 역사를 기억하는 노동자들과 87년을 책장이 아닌 가슴에 담고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한, 역사는 한낱 과거가 아니라 매일 새롭게 부활하는 현재다.
오늘 우리는 결의한다. 앞으로 30년을 지탱할 노동자대투쟁을 다시 시작할 것을, 공장 밖을 향하는 투쟁으로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될 것을 결의한다.
2017년 9월 13일87년 노동자대투쟁 정신계승 부산지역 노동자한마당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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