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퀴어(성소수자)축제가 구청의 광장 사용 허가 거부로 차질을 빚게 됐다. 담당 구청인 해운대구청은 행사가 겹친다는 이유로 불허했지만, 같은 행사가 열릴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토크콘서트는 허가한 사례가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아래 기획단)은 오는 23일 해운대해수욕장과 인접한 구남로 광장에서 제1회 부산퀴어축제를 열 계획이다. 이미 경찰에 집회 신고를 낸 상태라서 행사 자체의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행사에 필요한 무대와 각종 부스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구청의 도로점용 허가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해운대구청은 기획단이 신청한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한 차례 불허한 데 이어, 14일 두 번째 점용허가 신청도 최종 불허했다. 기획단 차원에서는 행사 준비에 장애물을 만난 셈.
해운대구청이 주요 불허 사유로 꼽는 건 행사의 중복이다. 같은 날 '아트마켓'이 구남로 광장에서 열리는데, 퀴어축제를 위한 무대와 부스를 설치하면 보행자 불편이 예상되고 질서 유지가 힘들다는 논리이다.
반면 기획단은 구청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구청이 지난달 28일 아트마켓이 열리고 있는데도 같은 장소에서 홍준표 당 대표와 서병수 시장 등이 참석한 자유한국당 토크 콘서트는 허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구청 측은 "(토크콘서트는) 신고리 원전과 시정 정책이 포함돼 단순하게 자유한국당 자체만의 행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백선기 구청장의 소속 정당이기도 하다.
개신교 중심 맞불 집회 예고... 주최 측 "계획대로 행사 진행"
구청은 자신들의 조치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앞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대구의 사례와 비교된다. 지난 6월 24일 대구 동성로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됐다. 담당 구청인 대구 중구청은 부스와 무대 사용도 허가했다.
동성로 역시 시민들의 통행 불편과 각종 행사로 어려움을 겪는 장소였지만, 구청과 주최 측은 머리를 맞대고 부스를 축소하는 등의 대안을 찾아냈다. 해운대구청이 법적 근거로 드는 도로법 역시 행정 기관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어 결국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대구가 소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퀴어축제 반대 민원도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청 관계자 역시 "퀴어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교회뿐 아니라 일반 주민, 학부모 등의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지역 개신교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미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23일 퀴어축제에 맞춰 인근에서 1000명 규모의 반대 집회 신고도 마쳤다. 14일에는 한 교회에 모여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연대단체도 발족한다.
주최 측은 행사 정상 개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기획단 관계자는 "구청의 도로점용 불허와는 상관없이 집회 신고에 따라 계획대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