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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한의학을 전공했어요. 학문을 넓힌다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돈이 몇 분 간격으로 막 빠져나가는 거예요. 알아보니 도박에 빠진거였어요. 지금은 다행히 끊었지만 당시는 정말 미치겠더군요.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략) 잠깐 사이에 7천만 원 정도를 파친코로 날렸어요."

"딸이 똑똑했어요. 대학도 장학금으로 다녔어요. 그런데 대학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시각장애인 남자를 만나 결혼했어요. 지금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바깥활동을 자유롭고 당당하게 하는 시대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안 그랬어요. 장애인이 있는 집안은 창피하다고 집안에 가둬두던 시대였으니까요. (중략) 그런 우리 사위가 내일 전국 정애인 축구대회에 나가요(눈물)."

 ▲ 15일 부평중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내영혼의 자서전' 17강 '나를 아프게 하는 자녀들' 주제로 수강생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연수 기자
▲ 15일 부평중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내영혼의 자서전' 17강 '나를 아프게 하는 자녀들' 주제로 수강생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연수 기자 ⓒ 인천뉴스

인천 부평중부종합사회복지관 '내 영혼의 자서전' 수강생들이 15일 진행한 17강 주제인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자녀들'이란 주제로 쓴 몇 개의 글을 대화체로 정리한 내용이다.

평소에 가슴속에 묻어두었거나 일부러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문장으로 꼼꼼하게 써서 발표하는 어르신들의 열의가 뜨거웠다.

65세 이상 어르신이 대상인 '내 영혼의 자서전' 사업은 20강까지 계획한 프로그램이다.

각 강좌는 수강생들이 살아온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기획됐다.

수강생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자신에 대해 말하는 법을 익히고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또한 수강생들은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 추억을 그려보기도 하고 자신의 동반자,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게 되었다. 주제에 따라 자신의 몸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각자가 느끼는 삶의 전성기를 떠올려 보며 미소를 짓기도 하면서 어느덧 17강까지 왔다.

복지관은 이 사업을 지난해 자체예산으로 처음 시작했다.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1천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강의도 20강으로 늘렸다.

수강생 12명이 쓴 소중한 글들은 주제별로 모아 11월에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그리고 연말에는 협약을 맺은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수강생들이 직접 나가 자서전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살아있는 동화'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로도 활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글쓰기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 마련

 좌로부터 이수진 사회복지사, 권종주(86), 김판성(81), 이원흥(73), 윤정숙(68) 수강생이 수업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연수 기자
좌로부터 이수진 사회복지사, 권종주(86), 김판성(81), 이원흥(73), 윤정숙(68) 수강생이 수업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연수 기자 ⓒ 인천뉴스

이 사업이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숨기고 꺼낼 수 없었던 아니, 꺼낼 일이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문장으로 쓴다는 것이 생소하고 두려웠던 어르신도 물론 있었다. '나의 동반자' 등 가족을 소개하거나 추억을 더듬어 보는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어르신은 강의 중간에 못 참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17회 차 강의까지 꾸준히 참석하면서 한 문장, 또 한 문장 써오면서 지금은 오히려 시간이 짧다고 투정을 할 정도가 됐다. 처음 시작했던 12명 중 낙오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수강생들은 이구동성 프로그램 담당 이수진 사회복지사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수진 사회복지사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애착을 갖고 관리하면서 지역 어린이집 등과 협약을 맺어 프로그램의 내용을 풍성하게 확대시키는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지금은 지원을 받아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이 모든 어르신들에게 확산돼 어르신들의 지혜를 사회가 함께 나누고 이를 통해 행복하게 어루러져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국사회가 고령화시대에 진입하고 청년 실업, 저출산 문제 등으로 가속도가 붙고 있어 최근 노인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매우 높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복지계에서는 노인 인구의 건강한 자아통합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이러한 복지사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부평중부종합사회복지관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으며 나아진 삶(또는 정서)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지혜'와 '정체성'으로 피어나길 소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판성(81) 할아버지는 "사회생활 등을 하면서 이제까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기회가 없었다"며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엣말을 원없이 끄집어 내놓고 집에 가면 속도 편하고 기분이 아주 좋다"고 강의 소감을 전했다.

권종주(86) 할아버지도 "36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써오고 있다"며 "일기와 달리 이러한 글쓰기 과정을 거치면서 작문하는 재미를 깨닫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로의 이야기를 발표하고 듣는 과정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부평중부종합사회복지관#내영혼의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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