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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동면 밝맑도서관에 모인 주민들이 최근 벌금형을 받은 뜸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홍동면 밝맑도서관에 모인 주민들이 최근 벌금형을 받은 뜸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이재환

마을에서 품앗이 형태로 뜸을 떠주다 검찰에 의해 약식 기소된 시골마을 주민들이 정식 재판을 통해 '뜸방'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주민들은 지난 2008년부터 매주 한차례 뜸방을 열고 주민들 간에 품앗이 형태로 뜸을 떠 왔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뜸방을 운영해 온 지 10년 만에 뜸이 현행법상 불법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2월 17일, 뜸방을 다녀간 한 중년 남성의 고발로 뜸방에서 뜸을 떠주던 주민 2명이 2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의료법 27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의학계에서는 "화상 위험성이 있는 뜸은 엄연한 의료행위"라며 의사면허 없이 타인에게 뜸을 떠주는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전통적인 민간요법인 뜸을 의료행위로 분류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지난 8월 28일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시골 마을에서 품앗이 형태로 뜸방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위법한 것인지 법적으로 다퉈 보겠다는 것이다. 1차 공판은 오는 10월17일에 열린다.

지난 19일 오후 7시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는 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마을 주민 서경화씨는 "뜸은 적극적인 치료행위이기 보다는 건강을 미리 챙기는 예방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뜸방은 마을의 공동체 정신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정식 재판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현주씨도 "지난 10년 동안 뜸방을 운영해 왔지만 부작용은 없었다"며 "현행법대로라면 부부끼리 뜸을 떠주어도 불법이 된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의 법정다툼을 도울 변호인단에는 홍동에 연고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하승수 외 2명의 변호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제주대 법학부 교수, 녹생당 공동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뜸이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점, 뜸 행위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다는 점, 마을에서 뜸을 뜨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게 합리적인 것인지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특히 의료행위와 관련해 "의료행위인지 여부는 해당 행위의 경위,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데, 뜸 행위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쨌든 주민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루라도 빨리 뜸방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홍동 뜸방은 지난 6월 9일 이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승희씨는 "뜸방을 다시 열자니 가중처벌이 될 수도 있고, 마냥 닫고 있자니 답답하다"며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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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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