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는 바쁘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다가오는 황금연휴에 단기특강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추석 때 학원에 등록시킬까 하지만 놀랍게도 상당수의 과목들이 선착순으로 마감되고 있다. 학원에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며 광고한 탓도 있겠지만 공교육이 부재하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수의 학교들이 연휴 전에 시험을 치름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학원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낡은 교육방식으로 세련된 생각을 바라는 사회우리나라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이번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방향을 들여다보면 과도한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는 데 있다. 또한 심화되는 교육 격차를 해결하는데 방침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학습 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개선하는 주요 부분들이 논술·특기자 전형 폐지, 수능과 고교 내신 절대평가,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엔 그저 공허한 소리일 뿐이다. 평가방식이 변했을 뿐이지, 개선이라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의 근본적인 과정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교육은 항상 교사가 수업을 주도하여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초등학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일부 강의를 제외하곤 크게 다르지 않다. 선생이 설명하면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는 암기식·주입식 교육이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일본의 과거 잔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일본의 공교육은 최근 들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IB(International Bacclaureate) 논술형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초등학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이를 교육 시키고 입시 역시 IB 논술형 전형으로 치러진다. 세계의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너무도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나 논술 제도를 폐지시키는 것은 참으로 역방향적인 개악이다.
학생들의 주도적인 학습은 교사로부터 일방적인 수업을 듣고 정답을 맞추는 수업이 아니다. 서로가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스스로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할 수 있는 수업이 학생 주도적 학습이 된다. 실제로 사회에선 항상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면서 그것을 말로 하거나 글로 잘 풀어쓰기를 원한다. 10여년의 공교육 과정과는 너무도 상이한 '획기적'발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연휴에 거금을 지불하며 학원으로 향하고 하루에 15시간 가까이 '학습 노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시킨 이외의 것을 바라는 것은 너무도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것은 현행 교육제도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업진행 방식이 지속되는 한 입시 경쟁이라든가 사교육비의 획기적 절감은 눈에 띠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식의 교육은 선행 학습과 더 많은 공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잊히지 않을 때까지 암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학원을 갈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가르침 받은 것을 복습하고 그 이외의 부분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원가에선 그런 식으로 가르친다. 그러니 공교육은 바로 설수 없으며 사교육 시장은 날이 갈수록 비대해 지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아이들이 본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평가만 달라지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창의적 인재의 육성을 바라면서 현재의 교육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아이들을 '생각하지 못하는 기계'로 만들 뿐이다. '획기적'인 요구 전에 '획기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많은 혼란과 반발을 일으킬지라도 말이다. 우리들의 낡은 생각으로 아이들을 수레바퀴 아래에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