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최대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의 노조가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파업을 15일째 이어가고 있다. 추석명절이 코앞이지만 노사간 타협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어 자칫 의료대란이 우려된다.
노조(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울산대학교병원분회)는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인력충원, 임금인상, 생명안전업무 비정규직 정규직화, 환자편의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8개월간 교섭해왔지만 병원측이 수용의지를 보이지 않아 파업을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업무와 중환자실 등 필수업무는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래환자들의 진료와 입원환자들의 치료업무 업무에는 상당한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노사간 극적인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노조는 파업 15일차인 28일에도 노조간부들의 삭발식, 노동교육, 선전물제작 및 부착, 거리 선전 등을 진행하며 파업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병원측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 병원 "노조가 무리한 요구"울산대병원 노사는 앞서 지난 27일 오후 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두 차례의 실무교섭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노조측은 "병원 사측은 추석연휴가 지난 후 파업 동력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파업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병원측을 비난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경영상황에 맞지 않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울산대병원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노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6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대병원은 지난해 최대 수익과 103억원의 흑자를 냈기에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 노동자들의 근무조건도 나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며 파업 동조이유를 밝혔다.
또한 "병동간호사의 절반이 주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는데 이는 고질적 인력부족 탓이다"라며 "병동간호사 1명이 최대 21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 방광염에 걸리기도 하고, 1년에 80여명의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병원을 그만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임금 역시 장기간 노동에 따른 간호사 대부분이 자신이 일한 시간의 24%만 수당으로 받고 있으며 이렇게 포기하고 지급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이 연간 40억771만 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지난 17일 병원측을 임금체불로 울산고용노동지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조합원 1300여명 중 90% 이상이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병원측은 전체 984개 병상을 절반 이하로 운영 중이다. 입원 환자도 퇴원시키고 신규 입원환자는 거의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울산대병원측은 "노조가 지급 여력과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파업 장기화로 울산대병원에서는 현재 암환자를 비롯한 중증환자의 수술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노사간 극적이 타협을 이루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