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통정보센터에 나와 있는 문재인 통신원입니다. 허허. 갑자기 대통령이 나와서 놀라셨죠? (중략) 저는 이번 명절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청와대에서 차례를 지낼 텐데, 고향도 못가고 성묘도 못해서 조금 아쉽습니다. 연휴가 아주 기니까, 대비할 일은 대비하면서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푹 쉬는 게 이번 추석 연휴 계획입니다."문재인 대통령 특유의 너털웃음이 라디오와 유튜브, 소셜미디어로 전국에 실시간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2일 오전 tbs라디오 <송정애의 좋은 사람들>에 일일 교통 통신원으로 '깜짝 출연', 추석 계획을 밝히는 동시에 "안전운전"을 당부했다. 진행자는 연신 "내년 설에도 꼭 나와달라, 꼭 연결하겠다"는 다짐(?)을 받았고, 다소 곤란(?)할 수 있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역시나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문 대통령의 추석 소통 행보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날 오전만 해도 문 대통령은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교통정보센터를 방문, 교통방송에 출연한 뒤 근무자들을 격려했고, 귀성하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전날에도 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해인 수녀의 시 <달빛기도>를 읽으며 추석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가위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며 "어르신이 젊은이들에게 '못해도 괜찮다'. 젊은이가 어르신들에게 '계셔주셔서 힘이 납니다'라고 서로 진심을 나누는 정겨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분히 '양성평등'과 '세대 간 소통'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 할 만 했다.
이날 교통방송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가위 연휴 동안 우리 여성들과 남성들, 무엇이든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라며 "상도 같이 차리고, 고무장갑도 같이 끼고, 운전대도 같이 잡고, 함께 손잡고 같이 하면 남녀모두 명절이 더욱 즐겁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추석 인사와 마찬가지로 명절 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여성들의 '명절 (가사)노동' 문제를 의식한 듯한 당부를 잊지 않은 것이다.
추석 연휴 이틀째, 문재인 대통령의 종횡무진앞서 지난 1일에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영상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인근 삼청동의 한 수제비 음식점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영상과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것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 내외의 이날 일정은 청와대 출입 기자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비공개 일정이었으며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만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옆 테이블에 앉은 시민들과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나눴고, 약 1시간가량 식당에 머무르며 시민들과 인증샷을 촬영했다.
특히 영상 속 문 대통령 부부에게 환호성을 지르고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의 모습은 꽤나 신선한 광경이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삼청동 수제비 식당에 대통령님이 오셨다"며 "인증샷 찍겠다고 식당 앞에 줄이 늘어섰다.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단체 사진으로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 남녀노소 시민들 속에 섞여 자연스레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 다시 말해 '보도 이면까지 확인해야 했던',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은 지난 두 정부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분명 추석 연휴에도 계속되는 그러한 문 대통령의 소통의 면모, 즉 '소통 정치'가 국민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의 창간기념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문 대통령 긍정평가 분야,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이 1위 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향신문·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30일 문 대통령 국정과제를 9가지로 나눠 성인 1000명에게 각각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결과 긍정평가('매우 잘하고 있다', '대체로 잘하고 있다')가 가장 많은 분야는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81.4%)이었다고 한다. 특히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8.9%로 절반에 육박했다.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이 권위에서 탈피해 국민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소통과 공감'에 이어 긍정평가의 비율이 높았던 '사회갈등 해소 및 국민통합'(70.8%) 역시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여지가 높은 분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민들이나 진보 성향 국민들이 지지를 보낼 여지가 큰 '적폐청산 및 부정부패 척결'(69.9%) 분야 역시 긍정평가 비율이 높았다. 이러한 세 분야 모두 크게는 지지층과의 '소통'과 '공감'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추석 연휴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2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60% 후반대로 5주 만에 반등했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달 25∼29일 성인 252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67.7%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지난 4주 동안의 하락세와 달리 2.1%p 상승했다. 부정 평가는 26%, 모름 또는 무응답은 6.3%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여당의 초강세 현상이 유지됐다. 리얼미터 9월 4주차 주간 집계(무선 80·유선 20)에 따르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49.7%였다. 지난주에 비해 1%p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2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17.1%)의 3배 정도 앞선 수치다. 문 대통령과 여당 모두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명절 연휴는 이른바 '밥상 여론', '밥상 민심'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자발적 여론이 장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지지율 상승과 유지가 역대 가장 긴 이번 추석 연휴의 밥상 민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의 기반은 역시나 '소통과 공감'의 정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추석 연휴에 보여준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행보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러한 대통령의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모습과 행보에 대한 시민들의 환호는 이전 정권들이 만들어 놓은 부자연스럽고 연출된 '권위'나 '소통'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바로 떠오르는 몇 장면들만 해도 딱 들어 맞으니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대한민국과 소통
명절 연휴가 휴가 중에, 공영방송에 얼굴을 비추며 연출된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 혹은 휴가 중 찍은 미공개 사진을 청와대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저도의 추억'이라는 뜻 모를 글씨나 끄적거리던 대통령. 우리는 지난 9년 간 그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빤하디 빤한 추석인사나 들어야 했고, 그도 아니면 눈물이나 뜻 모를 글씨를 해석하고 분석해야 하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7년 전인 2010년 9월 21일 추석 당일, KBS <아침마당>에 나와 부인인 김윤옥씨와 함께 자수성가 고생담과 성공담을 들려주며 눈물을 뚝뚝 흘렸더랬다. 추석 연휴, 교통방송 통신원으로 변신해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문 대통령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MB의 눈물'은 2012년 대선 당시 'MB 국밥' 영상과 함께 길이 남을 명장면(?)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떠했는가. 명절 연휴가 아닌 2013년 여름 휴가였지만, 전국민이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사진을 남긴 바 있다. 최순실씨가 찍어줬고, 향후 국정농단 사태의 '스모킹 건'이 된 태블릿 pc 속에 발견된 그 '저도의 추억'이란 제목의 사진 말이다. 아마도 '비선실세'와 비공개 휴가를 즐기는 대통령보다야 국민들과 소통하며 수제비 한 그릇 먹고 인증샷을 찍는 소탈한 대통령을 서민들은, 국민들은 더 반기지 않겠는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통령, 남북평화를 구축한 대통령, 경제적으로 평등하고 공정한 포용적인 경제를 이룩한 대통령,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나요?"란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업적으로 민주주의와 남북평화, 평등하고 공정한 경제를 꼽은 것이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바람 역시 '소통'과 '공감'이란 기존의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야만, 또 유지돼야지만 가능한 국정 과제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추석 연휴에 보여주고 있는, 국민들이 만족해 하는 '소통' 대통령의 면모가 그러한 과제들을 수행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와 남북평화, 평등하고 공정한 경제야말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상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