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발표와 달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이 담긴 대통령 훈령 수정 사실 자체는 이미 공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월호 당시 박근혜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간이 조작된 사실을 폭로하면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또한 불법적으로 수정된 것을 처음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기춘, 2014년에 "국기위기관리기본지침 수정" 밝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2014년 10월 28일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출석에 앞서 각 의원들의 서면질의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찬열 의원은 김 전 비서실장에게 "대통령 훈령 318호(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상에 국가안보실이 '재난 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라는 내용은 국가안보실이 재난 분야의 컨트롤 타워라는 뜻이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비서실장은 "제8조 6항의 내용(관리)은 사고 초기 정보·상황을 확인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것으로, 재난 분야 위기관리 전 과정(예방·대비·대응·복구)을 총괄·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국가안보실과 안전행정부 소관임무 구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아, 오해를 유발하는 데 대해서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일부 수정(7.31)한 바 있다"라고 답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역시 같은 날 국회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가안보실과 안전행정부의 소관 임무 구분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가위기관리지침을 수정·보완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대통령 훈령 수정 사실을 밝히긴 했지만, 전날 청와대 발표처럼 법제처 심의 등의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는 않았다.
대통령 훈령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법제처장의 심사 요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밟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이를 건너뛰었다. 그렇게 불법적으로 수정된 지침은 모든 부처로 통보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법제처의 사후 인가조차 받은 바 없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훈령 수정해놓고 공개 않고 '꽁꽁'
실제로 김 전 비서실장이 훈령 수정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해당 훈령이 어떤 내용으로, 어떤 절차로 수정이 됐는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해당 훈령은 국가안보와 관련돼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비공개 방침은 국회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당시 국회운영위원회의 한 야당 의원 측은 "김 전 실장이 훈령이 수정했다고 해서 수정된 사실을 알았다. 이후 수정된 훈령을 확인하려고 자료제출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라며 "어떤 내용으로 수정이 됐는지, 어떤 절차로 수정이 됐는지 그 당시에는 확인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불법적으로 급하게 대통령 훈령을 수정한 것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의 거짓 증언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장수 전 안보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역시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에서 "법상으로 보면 재난 종류에 따라 지휘·통제하는 곳이 다르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훈령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재난의 컨트롤 타워로, 안보실장이 그 역할을 책임지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해당 훈령이 불법적으로 수정된 것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임명된 이후다. 때문에 김장수 안보실장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앞선 발언이 훈령에 위배된다는 논란을 막기 위해 김관진 실장이 자의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