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노은동의 한 골목, 엄마처럼 협동조합이 맛있는 음식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10년 가까이 반찬 가게를 운영해 온 유산수 이사장을 필두로 다섯 명의 구성원이 정성 들여 만든 반찬과 국, 찌개 등을 내놓는다.
뿐만 아니라 한식 수업을 진행하며 조합만의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한다.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을 '식구'라 한다. 엄마처럼 협동조합 구성원들과 손님들은 한집에 살지는 않지만, 같은 음식을 공유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공존에 관해서도 고민한다.
엄마처럼 정성스레 만드는 음식엄마처럼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건강하고 맛 좋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협동조합 설립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는데, 유산수 이사장의 의지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저희가 원래 반찬가게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힘들어서 그만둘까 하다가 직원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거예요.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제가 없어도 직원들끼리 꾸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베트남에서 시집온 직원이 있는데 그 친구가 어디 가서 고생할 생각을 하니 쉽게 문을 닫을 수가 없겠더라고요."그렇게 지난해 5월, 엄마처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이 진행하는 사업은 반찬, 국, 찌개 등의 제작·판매와 한식 수업 진행 크게 두 가지다.
엄마처럼 협동조합이 판매하는 음식은 유기농·국산 재료와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조합만의 레시피로 정성스럽게 만든다. 멸치조림을 예로 들면, 육수를 먼저 만들어 졸이며 조청, 대추채 등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만든다. 졸일수록 수분은 날아가며 멸치에 깊은 맛이 밴다. 간단해 보이는 밑반찬 하나에도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유산수 이사장은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명인들에게 요리를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레시피를 개발했다. 그렇게 완성한 레시피로 조합은 다른 반찬 가게와는 차별화된 음식을 내놓는다.
좋은 재료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음식 가격은 비싼 편이다. 하지만 엄마처럼 협동조합의 음식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다시 또 조합을 찾는다. 그렇게 생긴 단골이 꽤 많다.
원하는 손님에게 그날 메뉴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데, 그 수가 3백 명 정도에 달한다. 문자 메시지를 받은 손님들은 퇴근 후에 찾아가겠다고 예약을 하기도 한다. 오후 늦은 때에는 음식이 동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함께하면 더 커지는 행복한식 수업은 현재 다섯 반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네 가지 정도의 반찬, 국 등을 익힐 수 있는 수업으로 전체 커리큘럼을 따라가려면 3년이 걸린다.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각 반에 대기자가 있을 만큼 수업이 인기가 좋다.
"아무리 패스트푸드가 발달해도 결론은 한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한식 배우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래 음식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 없는 과정을 줄여 한식을 쉽게 가르쳐 드려요. 한 번 배워 가면 가족들도 좋아하고 행복해 한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껴요."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에서부터 퇴직한 이들까지 수강생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엄마손 협동조합의 한식 수업은 단순한 음식 수업이 아니다. 음식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육아나 동네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편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친정엄마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수업 들으러 오면 너무 편하고 맛있게 먹고 간다고 좋아하시면 저도 기분이 좋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맛있는 것도 사다 주시고 고맙다고 해 주세요. 그래서 이 공간을 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요."엄마처럼 협동조합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또한 지니고 있다.
가능하면 로컬푸드를 재료로 사용하는것도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서다.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진행한다. 독거노인들 위해 반찬을 기부하고 대전예술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며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해 손을 보태기도 한다.
구성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고 지역사회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엄마처럼 협동조합이 따뜻한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조합은 가정주부로 지내던 이들이 갖게 된 번듯한 직장이며 또 하나의 가족이기도 하다.
엄마처럼 협동조합은 주5일 근무를 지키며 구성원별로 상황에 따라 출근 시간을 다르게 운영한다. 구성원들에게는 탄탄한 직장, 손님들에게는 친정 같은 포근한 사랑방인 엄마처럼 협동조합은 새로운 삶의 모습을 제안한다.
많은 사람과 함께 만들어 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알리고 직접 만들 여력이 안 된다면 믿을 수 있는 반찬을 구입해 먹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임을 하루하루 깨닫는다.
"우리 직원들을 위해 좋은 직장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엄마가 만들어 주는 음식은 만드는 재료나 과정을 몰라도 안전하다는 걸 알잖아요. 저희 음식이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위 원고는 월간토마토 10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