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아래 행복기금)이 대출 보증을 까다롭게 하면서 한국은행(아래 한은)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금융중개지원대출 중 일부의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16년도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중개지원대출 실적을 보면 한도는 5000억 원인데 실적은 500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에게 낮은 이자율로 대출해주고 은행들은 중소기업에게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중 영세자영업자 대출이 너무 적었다는 얘기다.
"행복기금이 보증을 제대로 못해줘 빚어진 결과" 이에 이 총재는 "한도를 그만큼 배정했지만 실적은 500억 원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된 이유는 영세자영업자 전환대출의 경우 행복기금이 보증을 서기로 했는데 부실이 많아 행복기금에서 대출 전제를 상당히 높였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재는 "행복기금이 보증을 제대로 못해줘 빚어진 결과"라면서 "저희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대응책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영세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 중간에 이를 보증해주는 행복기금에서 그 기준을 까다롭게 올리면서 한은도 대출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소외자의 빚 부담을 줄이고 회생을 돕겠다는 취지로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3월 출범한 기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기간 동안 이 기금을 통해 가계와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322만명을 빚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또 김정우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금융중개지원대출 중 지방중소기업 부문은 매년 한도만큼 모두 대출됐으나, 영세자영업자대출은 한도의 10~20%만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영세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2013년 1200억 원, 2014년 1000억 원, 2015년 700억 원, 2016년 500억 원 등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지난 정부가 의욕적으로 한국은행을 통해 영세자영업자의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소홀히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자영업자가구의 빚이 빠르게 늘고 있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자영업자가구의 평균부채는 2012년 7960만 원에서 작년 9812만 원으로 1852만 원 증가했는데 이는 상용근로자가구보다 더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상용근로자가구의 경우 같은 기간 1460만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 이를 지원하는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한은 기준금리 개입하려 한 정황도
더불어 김두관 더민주 의원도 비슷한 내용으로 한국은행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중 영세자영업자, 신성장 일자리 산업에 대한 자료를 보니 상당히 미비하던데 왜 그런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총재는 "결국 보증을 서고 있는 행복기금이 보증 요건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신성장 일자리 창출의 경우 이번에 대출 지원대상에 추가했다"며 "제도를 시행하면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2~3년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날 국감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인사인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한국은행 운영에 개입하려 한 정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정우 의원은 "열석발언권과 관련해 당시 박 정부에서 발언이 나온 적이 있다"며 "지난 2000년 이후 그런 발언이 나온 적이 있었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경제부총리나, 혹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그런 경우가 있었나)"라고 덧붙였다.
열석발언권은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정부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한국은행법에 명시돼 있다. 김 의원은 법에는 이런 내용이 있지만 실제 경제부총리 등이 이를 행사한 전례가 있었는지 질의한 것이다. 자칫 정부가 중앙은행에 개입하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 쉬워 그만큼 신중하게 행사돼야 할 권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물어본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당시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진 않았고 이를 검토한다고 한 바는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시 김 의원이 "다른 부총리는 그렇게 한 적이 있나"라고 물었고 이 총재는 "제 기억으로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