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여름 가뭄을 겪고도 땅은 들깨를 넉넉하게 내어놓았다.
지난날 허리를 두드리며 깻모를 하고, 풀을 매고, 땅이 갈라지면 물을 길어오고, 그렇게 어머니의 조바심으로 들깨는 꽃을 피우고 속을 채워 까만 씨알들을 몇 말이나 내어놓았다. 깨 포대는 어두운 광속에 가지런히 쌓이고, 어느 날 어머니는 자식들 집에 고소한 냄새가 담긴 들기름병을 보냈다.
밭이 그러했듯 넉넉히 내어놓았다.
지난 18일, 충남 예산군 신양면에서 광시면으로 이어지는, 예당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에서 정겨운 풍경을 만났다. 신양면 서초정1리에 사는 이완상(85) 어르신이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들깨 타작을 마치고 신식풍구를 돌려 검불을 날려 보내고 있다. 깨밭이 400평인데 180kg이 나와 '풍년작'이라며 어머니는 활짝 웃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