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는지가 성공의 척도가 된 현대 사회에서 오로지 순진무구한 마음만으로 승부하는 협동조합이 있다. 경기도 성남의 정신질환자 돌보미센터 '함께하는'이다.
함께하는은 협동조합들 사이에서도 조금 독특한 위치에 있다. 원래 정신과의원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농장, 식당, 카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조합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만 치료해주는 게 다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살아나가는 것까지 함께 도와주고 싶다는 이 협동조합의 매력과 그들의 생각을 고영 '함께하는'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시작 #지역성 사회적 협동조합 '함께하는'의 설립연도는 2012년이지만 모태가 된 병원이 만들어진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신과 의원을 개업한 고 대표님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환자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잘 적응하고 잘 생활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다고 한다. 의사가 진료만 하고 처방만 내려주면, 나머지 부분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줄 거라고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역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약을 주는 약물 치료, 마음을 다스려주는 정신 치료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있도록 사회치료까지 해주는 공동체를 구상하게 되었고, '함께하는'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사랑 다행히 취지에 공감해주시는 이들이 많아, 사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지만,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풀어내야 할지는 사실 의문이었다. 기존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는 대표님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형태가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회적 경제'라는 대안을 생각해냈고, 이를 통해 만든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에서 돈만 벌면 끝이라는 데서 오는 헛헛함을 충만한 사랑으로 채워주기 충분했다.
#치유 함께하는 협동조합 말고도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들은 많다. 하지만 '함께하는'이 이런 교육 단체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이유는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교육 단체는 외부적 자극이나 요소들, 즉 의사나 타인에 의해 병을 다스려 환자를 고쳐주는걸 목적으로 한다. 치료하는 데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는'은 의사나 프로그램 진행자가 안내자의 역할만 할 뿐 환자 스스로가 교육의 주체가 된다. 그래서 환자들은 교육이 끝난 뒤에도, "혼자 힘으로도, 몸과 마음을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어"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 #다채롭다 함께하는의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환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한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았으면 해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주제를 토론해보기도 하는데, 그 주제가 선거철에는 후보자의 면면을 조사해 오라거나 북한이 미사일 쐈을 때는 사드배치가 진짜 필요한가 등 100분토론를 방불케 하는 진지한 주제들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환자들은 사회적 동물로서 제 주위를 돌아보고, 더 나아가 자기 자신도 돌아볼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 차원에서 환자들에게 여행을 보내주기도 한다. 낯선 땅으로의 여행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대표님은 "환자들은 여행 준비부터 스스로 계획해보며,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여행에서는 일상에서 체험할 수 없던 걸 보고 느끼며 가지고 있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며 여행이 주는 치료적 효과를 강조하였다.
#색다른 시선 #바라보다 이렇듯 환자들은 '함께하는'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어엿한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도전들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일를 해도 남들보다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라든지 배움에 필요한 집중력이라든지... 협동조합의 환자들 중에서도 이전에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다가 적응을 못하고 주눅만 들어서 온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하는'의 프로그램 중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도 탄생한 것인데, 그들이 하는 방식은 시중 바리스타 학원과는 좀 다르다. 시작을 하면 끝을 보게끔, 한 명이라도 이해를 못하는 것 같으면 그 부분을 다시 설명해준다. 누구 하나 뒤떨어지지 않고 함께 가기 위해 가르치는 시간이 시중 학원보다 몇 배로 오래 걸리는 대신, 환자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고 한다. 이들을 돕는 협동조합 선생님도 일반 학원에서 가르칠 때는 못 느끼던 보람을 느껴 몇 년째 자원봉사 하시는 거라니 사회적 경제는 시간이 돈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말이 더욱 와닿게 느껴진다.
#마치며 함께하는 협동조합의 미션은 "행운이 아니라 행복입니다"라고 한다. 행운은 자기가 노력하지 않고도 자기 밖에서 떨어진 거라 한다면, 행복은 자기가 노력해서 그 대가를 얻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운보다는 행복을, 네잎클로버보다는 세잎클로버(사진)를 추구하는 그들을 보고, 혹자들은 어리석다고, 요즘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점이야 말로 그들에게 인간미가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환자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오래 오래 함께 하고 싶으면서도 멋 훗날에 그들이 스스로 설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대표님과 조합원들의 다소 모순된(?)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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