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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어르신을 위해 공원 내 마련된 파크골프장 파크골프장 울타리만 좀 높게 만들어줘도 골프 시간을 피해 반려견들의 운동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역 어르신을 위해 공원 내 마련된 파크골프장파크골프장 울타리만 좀 높게 만들어줘도 골프 시간을 피해 반려견들의 운동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 김상희

"무서워서 산책을 못하겠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수근거림, 한숨, 아이들의 막무가내 터치..."

인스타에서 활동 중인 S씨의 한탄입니다. 요즘 연이어 개 물림 사고가 보도됩니다. 개를 데리고 나가면 예전과 다르게 험악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길거리에서, 엘리베이터에서, 개가 가만히 앉아있을 때조차 그렇습니다. 개와 저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도리어 우리를 놀라게 하는 비명과 함께 화들짝 놀라 피해가는 사람들을 매일 마주합니다. 마치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방송사가 큰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패널로 참여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된 이야기만 합니다. 심지어 다수 패널들은 애견인들 사이에서 일명 '개무식자'로 일컬어질 만한 분들입니다. 개라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없고 개가 어떤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배경과 원인분석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펫티켓이 없어서 공공질서를 해하는 견주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산책을 하다보면 여기저기 개똥을 발견하지요. 정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개를 키우는 저도 그런데,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오죽하겠습니다. 자기 개는 순하다며 목줄을 안 하고 다니는 견주들, 공격적인 행동을 해도 예뻐 죽겠다는 듯 그저 껄껄 웃는 견주들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가 개 물림 사고가 많은 것은 일부 몰지각한 견주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강아지공장을 없애야 한다는 말은 입이 달도록 제기되었습니다. 무분별하게 생산된 강아지들이 너무 일찍 어미와 떨어져 펫샵의 유리관에 있다가 분양되는 현실에서, 강아지들은 어미로부터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하여 사회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공격성이 생기고 이상행동과 건강상의 문제가 더 잘 나타날 수 있다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이 주장해왔습니다.

강아지 분양을 위한 적절한 창구를 마련하고 분양 시 견주교육과 동물등록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이러면 즉흥적으로 분양받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혼자 사는 사람이 외롭다고 개를 데려와서 상상했던 것과 달리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보기에 멋있다고 감당하기 힘든 대형견을 데려와 기르다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 지나치게 비싼 병원비와 반려견들이 운동을 할 공간의 절대적 부족으로 유기견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1미터짜리 줄에 평생 묶여 사는 개들의 비참한 운명

며칠 동안 방송에서 패널들이 말한 주 대안은 이렇습니다. 목줄 안 할 시 벌금 인상, 신고 포상제, 철장에 가두기, 입마개 하기…. 어떤 심리분석가는 소형견보다 대형견들이 목줄을 더 안 한다며, 이런 견주들의 심리는 이렇게 큰 개가 목줄 없이도 견주를 따라온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시청자가 해당 방송에 문자를 보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지금 말씀하고 계시는 세 분 다 개를 키워보시지 않은 분 같군요. 실제 개 키우는 사람들이 제일 불쾌한 경우는 자기 개는 작다고 목줄 안 하는 사람들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개는 동물입니다. 사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철장에 갇혀 있거나 1미터 줄에 묶여 있다가, 어쩌다 산책을 나갈 경우 입마개를 해야 한다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오히려 그 스트레스로 더 공격성을 키우게 되지 않을까요? 1미터 줄에 묶여 평생을 사는 개들의 비참함은 여러 번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철창에 가두고 하고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개의 일생을 나열해보겠습니다.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한 달도 채 못 되어 펫샵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유리관에 진열되어 조명과 유리관을 두드리는 소리에 시달립니다. 주인을 따라 간 집에서는 하루 1미터 줄에 묶여 있습니다. 아주 어쩌다 한 번 입마개를 하고 산책을 가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우쭈쭈' 소리를 내어 부르거나 갑자기 달려들어 만집니다. 다행히 주인이 중간에 개를 팔지 않았더라도, 개가 늙고 병들어 돈이 많이 들자 시골로 보내버립니다.

애견 인구가 1천만이라고 하지요. 엄청난 숫자입니다. 제가 사는 층 8가구 중 4집이 강아지를 기릅니다. 애견인들은 개가 있다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을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고(대형견의 경우 불가능합니다), 택시를 타고 웃돈을 주어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과잉진료와 비싼 병원비에 대항할 방법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주 산책시켜줘야 할 개가 갈 곳이 없습니다.

공원 파크골프장 같은 곳에 울타리만 좀 높게 만들어줘도 골프 시간대를 피해 개를 놀게 할 수 있는데, 건의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공간은 많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농구장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자물쇠로 잠겨 있습니다. 방치된 국유지도 많습니다. 기껏 어디 애견 놀이터가 있다고 해서 가보면, 지나치게 협소하거나, 고속도로 바로 옆이라 엄청나게 시끄럽거나, 자가용이 없으면 갈 수 없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14%를 넘겼다고 합니다. '2017 국제 인구 컨퍼런스' 발표에 따르면, 올해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그런데 애견 인구는 전체의 20%를 차지합니다. 결코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들을 위해 애견 운동장 설치, 보험제도(현재 사적으로 들 수 있는 애견보험은 10살 또는 11살 이상이면 보장받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험이 정말 필요한 때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마련 등 비용이 문제라면, 외국처럼 개에 대한 세금도 낼 수 있다고 주변 애견인들이 말합니다. 부디 이번 최시원씨 개로 인한 사망 사건이 애견인과 비애견인의 싸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동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애견인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애견 놀이터#개물림#개무식#방치된 국유지#애견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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