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의원님들께 부영 현안조사 청문회 개최 요청서 서명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 동탄 신도시 부실아파트 책임자인 이중근 회장이 국감에 나오지 않자 이원욱 의원은 "국토위가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현장"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부영 청문회 개최 요청서에 의원 10명이 서명했다"며 '부실아파트'를 만든 부영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도 아니고 재계 서열 10위권 밖인 부영 그룹에 대해 '청문회' 얘기까지 나온 이유는 뭘까?
동탄신도시서 부영이 만든 부실아파트, 사회적 문제로 비화 올해 초 부영이 지은 동탄2지구 23블럭(1316가구)이 입주했다. 입주자들이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내집'은 '엉망진창'으로 지어진 부실아파트였다. 보행로는 기울어져 있고, 주차장 등 단지 곳곳에서 물이 샜다.
주호영 의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하자 신청 건수는 9만건이 넘었다. 일반 아파트 하자 신청 건수의 2~3배가 넘는 수치다. 부영이 하자 보수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입주자들은 아파트 평판 추락을 감수하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부실아파트' 부영에 대해 화가 단단히 났다. 남 지사는 지난 8월 성명서를 통해 "저는 경기도지사로서 이번 부영 사태에 대해 끝장을 볼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어떠한 배려나 관용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경기도내 건설 중인 10개 부영단지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해 66점의 부실 벌점을 부과했다. 아파트 부실시공 업체에 대한 택지공급을 차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파트 부실시공업체란 당연히 '부영'을 말한다.
부실 원인 묻자 "주민 요구 사항에 의해..."
문제가 커졌음에도 부영의 태도는 뻣뻣하다. 지난달 16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양환 부영주택 사장의 발언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아파트 부실 시공의 원인을 주민에게 돌리기도 하고, 하자는 수십건 발생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최 사장은 동탄신도시 아파트 부실시공의 원인을 묻자 "착공 이후 주민 요구사항에 의해, 주차장을 지어달라는 등등의 문제가 있고, 공사 기간이 3개월 중단된 경우도 있었고,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하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했다.
윤영일 의원이 "얼마만큼의 하자가 적정선인가"라고 묻자 최 사장은 "세대 하자는 수십 건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최 사장은 이 자리에서 아파트 입주민들과 하자 관련 합의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보상금 문제가 합의되지 않았다고 한다"는 이원욱 의원 지적에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입주자와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 합의가 됐다고 답했다"면서 "최 사장을 국정감사 위증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토위는 최 사장 대신 이중근 부영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울산에서 열리는 노인의날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동탄신도시 부실 시공 아파트 문제를 바라보는 부영의 '자세'라고 볼 수 있다.
부영, 정부의 주택도시기금 지원 독차지하며 성장사실 부영은 스스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주택기금 등 정부 정책 자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난 2008년 이후부터는 주택도시기금을 독차지하면서 급성장했다.
정동영 의원이 경실련과 함께 2008년~2016년 주택도시기금 지원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부영주택은 모두 3조8453억 원을 가져다 썼다. 전체 주택기금(7조8142억 원)의 절반(49.2%) 수준이다. 2위도 부영계열사인 동광주택(4062억 원)을 지원받았다.
임대 주택을 짓는 건설사에 지원되는 주택도시기금은 낮은 금리로 제공되고, 2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이 적용돼 부담이 적다.
주택도시기금의 목적은 건설사들이 좋은 조건의 자금을 지원 받아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기금을 독차지한 부영은 '불량아파트'를 내놓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부영이 주택 기금을 독차지하면서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기금 운용의 공정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감몰아주기, 가족간 내부거래 등 전근대적 경영행태도 도마위부영의 일감몰아주기와 가족회사간 내부거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학영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중근 부영 회장과 관련된 동광주택은 최근 매출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광주택의 지배기업은 동광주택산업이다. 이 동광주택산업은 이중근 부영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98.0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이 지분을 확보한 동광주택산업이 동광주택을 소유한 구조다. 사실상 이 회장의 소유로 볼 수 있다.
2015년 동광주택의 매출은 300억이었지만, 2016년 3470억 원으로 11배 넘게 뛰었다. 동광주택 매출이 급증한 것은 부당내부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란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동광주택이 부영 계열사에 4.6~4.9% 수준의 높은 금리에 자금을 빌려줬다는 게 근거다.
실제 '동광주택'은 남양개발, 부영CC, 부영환경산업 등 계열사에 총 1780억 원의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로만 매년 수십억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부영이 밝힌 동광주택의 금리수익은 2016년말 250억 원이다.
아울러 이중근 회장의 조카인 유상월씨가 대표로 있는 흥덕기업이 부영 임대아파트 102개 단지 중 23개 단지의 경비, 22개 단지 청소 업무를 맡는 등 부영의 친족 일감몰아주기도 집중 거론되고 있다.
"부영 청문회 열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정리하면 부영 그룹은 주택기금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하지만 부영은 동탄신도시 아파트를 '날림'으로 지은 것을 비롯해 계열사 간 고금리 거래, 친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구시대적 경영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국회가 이런 문제를 따지기 위해 지난달 31일 이중근 부영 회장을 불렀지만, 행사를 핑계로 불참했다. 같은 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부영보다 규모가 큰 건설사 대표들이 여러 일정을 마다하고 국감장에 출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영'이란 일개 사기업 하나가 입법부(국회), 행정부(경기도)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이쯤 되면 국회가 부영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도 명분이 선다.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의원들에게 부영 청문회 요청서명을 받고 있고 지금까지 15명의 서명을 받았다"면서 "부영 그룹에 대한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영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도덕성도 확인했다"면서 "사실상 1인 구조하에 운영되는 부영의 이중근 회장이 나와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