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대한민국 청소년 절반이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들었을 정도로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도가 높았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사회 단체들은 최근 청소년 참정권 문제를 주요 화두로 띄우며, 18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전국 중고등학생 연령대 청소년(탈학교 청소년 포함) 242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정국 당시 참여하지 않은 청소년은 44.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절반 이상의 청소년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청소년 중 28.0%는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고, 20.7%는 온라인을 통해 정치적 의견을 표명했으며,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선언에 서명한 경우도 36.3%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청소년 2명 중 1명은 직간접적으로 '촛불혁명'에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촛불 정국이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선 이후에도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열악했다. 교사의 체벌 문제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체벌 금지가 법제화되었음에도 최근 1년간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체벌에 노출된 청소년이 35.7% 에 달했다"며 "교사에 의해 욕설 등 언어폭력에 노출된 경우도 40.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소년 3명 중 1명은 교사에 의한 학내 폭력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청소년 참정권 문제도 설문에 붙여졌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은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생각은 달랐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청소년의 절반(53.3%)은 자신에게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자신의 관심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문장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조금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31.1%를 합산하면 84.4%에 이른다.
이에 대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의 정치적 무관심은,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정치에 참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윤송 학생(청소년 인권연대 추진단)은 "만 18세는 청소년의 너무 작은 일부이기 때문에,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는 것만으로 모든 청소년의 목소리가 정치의 장에서 대변되기 어렵다"면서도 "국회는 조속히 최대한 선거연령을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낮추고, 저와 같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당 활동 및 선거운동에서의 연령 제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쥬리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두 명 중 1명의 청소년들이 박근혜 퇴진 촛불에 참여했다"며 "이는 청소년들의 정치의식이 이미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나, 정치 토론의 기회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보장함으로서 청소년들의 의견을 좀 더 존중하는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