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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스파클링 와인설비 때문에 임광수 대표 부부는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지난 6월, 스파클링 와인설비 때문에 임광수 대표 부부는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 임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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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와인기행] 홍천 샤또 나드리 ②에서 이어집니다.

임광수 대표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정통 스파클링 와인은 문경 오미나라의 오미로제가 유일하다. 포도와인은 스파클링 와인이 아직 생산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준비하고 있는 와이너리들은 있다. 안산의 그랑꼬또 와이너리와 영동의 도란원 등인데 샤또 나드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 준비를 하려고 지난 6월, 부부는 바쁜데 짬을 내서 이탈리아와 독일을 다녀왔다. 국내 와이너리 투어는 했지만 와인 때문에 외국에 간 것은 그 때가 처음이다. 와이너리 투어가 목적은 아니었다. 스파클링 와인 생산설비를 구매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 화이트와인이나 로제와인을 만드는 것까지는 똑같아요. 그 뒤에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병입기도 전혀 다르고, 코르크도 다르고, 철사를 감는 과정도 있고, 실링도 따로 해야 해요. 그런 설비들을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몇 개 업체를 찾아 봤어요. 검색하다 보니 직접 가는 게 상책이겠다 싶었죠. 그래서 직접 갔어요.

독일은 한 곳에 갔고, 이탈리아는 4곳에 갔어요. 우리가 간 이탈리아 와인 설비 공장에 한국인이 온 건 우리가 처음이래요. 공장들을 둘러보고 농가 와이너리들도 몇 군데 방문했는데, 서로 대화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서로 영어를 잘 못해서. 그래도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우리는 이렇게 하는데 너희는 어떻게 하니 물어보기도 했죠.

이탈리아 와인설비공장에는 현대식 제조시설이 즐비한데 거기(이탈리아) 와이너리도 비용 때문에 그런 장비를 쓰지 못한대요. 작은 농가형 와이너리는 우리처럼 반은 자동으로 하고 반은 수동으로 되어 있었어요. 오래된 기계도 있고, 옥상용 물탱크로 사용하는 FRP 탱크에서 와인을 발효하는 곳도 있었어요."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는 임 대표와 이병금씨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와인 생산은 이탈리아나 우리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위안도 받았다.

와인제조장
 와인제조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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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돌아온 뒤 스파클링 와인설비를 들여오기로 했다. 계약을 체결했고, 발주한 설비가 들어오는 과정만 남았다. 설비를 들여오기 전에 임 대표는 이탈리아에 갈 예정이다. 설비 사용법을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전문가가 들어와서 알려주는 방법이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차라리 그 돈이라면 직접 이탈리아에 가서 배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단다.

설비가 들어오는 대로 스파클링 와인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준비는 되어 있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을 각오도 했다. 임 대표의 눈이 기대감으로 빛나는 게 보였다.

시설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은 와인이 전망이 밝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게 하던 짓이라서 한 번 발을 들이면 그만 둘 수가 없어서... 수렁에 빠지는 거죠."

와인 제조를 시작한 뒤 와인에서 지금까지 수익은 나지 않았다. 포도를 팔면 와인 제조비용으로 전부 다 들어갔다. 제조설비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도 자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용은 계속 들어가는데 남기는커녕 늘 적자를 기록한다. 그래서 와인메이커들은 와인 제조 열매는 자식 대나 손자 대에나 딸 수 있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 샤또 나드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지속적으로 비용이나 노력이 계속 들어가는 단계다.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아무래도 한국와인 소비가 확산되어 판매가 늘어야 한다. 만든 와인들이 잘 팔리면 와인 생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와인은 판매루트가 없었다. 한국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들은 있었지만, 한국와인 전문판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와인생산자들은 와인을 만들면서도 늘 판매가 걱정이었다.

그런데 2015년 4월, 광명와인동굴이 문을 열면서 한국와인은 판매의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2015년 한 해에 광명동굴에서 한국와인 3만2천여 병이 팔리면서 와인생산자들은 한국와인의 잠재적인 시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와인생산은 탄력을 받게 되었다.

임광수 대표
 임광수 대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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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한국와인산업이 이전과 비교해 많은 발전을 이룩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와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와인판매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한국와인 통신판매가 허용돼 판매증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한국와인 판매가 다양한 루트로 확산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와인생산자들은 입을 모은다.

임 대표도 통신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와인 판매 증가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알음알음으로 판매하기에는 생산량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연간 생산능력은 1만 병~1만5천 병 수준으로 높아졌다. 생산하는 와인 종류도 늘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그래서 다양한 행사에 참가, 너브내 와인 홍보와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2017 광명동굴 와인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임 대표는 와인 페스티벌에 참가하면 와인판매보다는 다른 와이너리들의 와인을 골고루 시음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다른 와인메이커들도 만나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내 와인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면 발전할 수 없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 한국와인 품질이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특히 포도로 만든 와인들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캠벨로 고집스럽게 만드는 와인도 아주 좋았죠. 그런 걸 보면 자극을 받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그래서 임 대표와 병금씨는 와인 농한기(?)인 겨울에 다시 전국 와이너리 투어를 할 계획이다. 샤또 나드리가 시설투자를 하면서 도약을 준비하듯이 그런 계획을 갖고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그런 곳에 들러 정보를 공유하고 자문이나 조언도 구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싶어서다.

샤또 나드리 와인시음장
 샤또 나드리 와인시음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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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일이 많아서 힘들어요. 새벽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별 보고 퇴근해요. 전원생활을 꿈꾸면서 시골에서 편하게 살려고 왔더니 도시에 살 때보다 10배는 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아요. 더 건강해졌고, 나중에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사나 하는 걱정을 전혀 하지 않잖아요.

그래, 우리는 죽을 때까지 와인을 만들면 돼, 이렇게 생각해요. (와인이)우리 대에서 끝나지 않고 자식 대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건 애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포도농사 짓고 와인 만들면서 살면 되니까.

남편도 도시에서 살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여기서는 낮에는 땀 흘려 일하고 밤에는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행복해하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을 때가 많아요."

이병금씨의 말이다. 남편을 타박하는 듯한 말을 할 때도 그이의 표정은 밝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은은하게 배어나는 게 보기 좋다. 크래커와 방울토마토로 재빠르게 와인 안주를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음식 솜씨도 빼어나다고 임 대표가 살짝 귀띔한다. 병금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샤또 나드리를, 임 대표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람이 그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치분권뉴스>에 실렸습니다.



태그:#샤또 나드리, #너브내, #임광수, #한국와인, #스파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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