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음악이, 커피가 -디카시 <이국의 북카페>지난 연재에서 나는 카공족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정주의 몇 군데 카페를 가보았지만 최근에 가는 북카페는 특별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북카페인 줄 알았는데, 거의 매일 오면서 북카페 여러 직원들과 친분도 쌓여 이 북카페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북카페는 단순한 영업만을 위한 목적은 아닌 게 분명하다.
정주 시내를 걸어 다니다 보면 "为了城市的明天。(도시의 내일을 위하여) 明天集团。(명천그룹)"이라는 광고를 자주 만난다. 明天(밍티엔)이라는 중국어 '내일'을 그룹 이름으로 삼은 명천그룹은 건설회사이다. 그룹 이름을 잘 활용하여 멋진 광고 문안을 내 건 것 같다.
이 북카페가 있는 건물은 아마, 명천그룹 정주 사무소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혹, 이것이 명천그룹 본사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처음 올 때는 이 건물이 문화예술회관 정도 되는 줄 알았다. 그림전시회, 음악회 같은 예술행사가 계속 이어져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곳이 건축회사 사옥이라는 걸 알고는 깜짝 놀라웠다. 아, 이것이 바로 문화마케팅이구나! 정주 시내 곳곳에 명천그룹에서 짓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들도 눈에 띈다. "도시의 내일을 위하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명천그룹이 건설하는 아파트니, 우선 신뢰감이 생긴다.
눈 앞의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문화명천그룹은 사익 추구에 앞서 사람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사운을 걸고 아파트를 건설할 것만 같은, 전혀 한 점 의심도 생기지 않는 무한한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위하기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문화, 그 문화마케팅이 중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번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냥 이유 없이 그런 마음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