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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김선영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구술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17일에 진행했습니다. 

저는 자동차를 파는 비정규직 노동자였어요

하는 일은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일이었어요. 지금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서 투쟁하고 있고요. 주변 사람들은 제가 대기업에 자동차 세일즈맨이라 돈을 많이 벌었겠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도 IMF 금융위기 때 몸집을 줄이려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적으로 일하게 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자동차를 현대기아차 직영점에서 판매했는데 IMF 이후부터는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를 팔게 되었죠. 이제는 세월이 흘러서 전국에 현대차 직영점이랑 대리점이 400개 정도로 똑같이 있고요. 일하는 노동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6,000명 정도로 똑같아요. 현대차는 직영점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비용, 노동자들 임금과 복지 등 비용을 대리점 소장한테 떠넘기면서 차는 차대로 똑같이 파니까 엄청 남는 장사를 하고 있어요.

 현대기아차 대리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위원장
현대기아차 대리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위원장 ⓒ 자동차판매연대노동조합 트위터

저희는 무조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어요

2001년부터 대리점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정규직이랑 똑같이 차를 팔지만, 비정규직이었고 근로계약서, 기본급, 퇴직금, 4대 보험도 없이 일했어요.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심히 투쟁해왔기 때문에 노동조건을 많이 개선했는데 저희는 투쟁을 안 해서 제가 입사했을때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게 없어요. 대리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영점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랑 달라서 자동차를 못 팔면 월급이 하나도 없고 부진자교육에 끌려가고 해고도 됐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정규직노동자들보다 차를 많이 팔아야 하니까 고객들이 서비스를 많이 바라면 제 돈 써가면서 차를 팔았죠.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제 살 깎아가면서 차를 안 팔아도 되니까 저희가 차 가격 깎아주고 서비스를 과도하게 하면서 시장질서 망가트리고 손님 뺏어간다고 손가락질을 많이 했어요. 사실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인데 저희는 당장 차를 못 팔면 길바닥에 나앉으니까 별다른 방법이 없고, 차를 많이 팔아도 정작 남는 건 또 별로 없었어요. 이 악순환이 지금까지 계속된 거고요.

더는 이렇게 살기 싫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어요

일도 일인데 대리점 소장들에 비인격적인 태도가 너무 부당했어요. 저희는 A 대리점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고 싶어도 대리점 소장끼리 동의서가 없으면 이동을 못 했어요. 대리점 소장한테 완전히 종속돼서 일한 거죠. 저도 소장한테 다른 직원들 다 있는 회의에서 "개새끼야 병신아 왜 인생을 이렇게 사냐." "나 같으면 쪽팔려서 그렇게 안 살고 일 그만두겠다." 이런 폭언을 매일 들었어요. 차를 못 팔고 돌아오면 서류를 얼굴에 집어 던지기도 하고요. 그때는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언젠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인간답게 살자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현대기아차는 노동자를 갈라치기 해서 손도 안 대고 코 풀고 있어요

2016년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현대기아차에 진짜 사장 정몽구가 우리 문제 책임지라고 요구를 했어요. 현대기아차에선 대리점이랑 우리 회사랑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죠. 이 문제는 지금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으로 다투고 있는데 현대차는 우리랑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김앤장이랑 손잡고, 기아차는 태평양이랑 손을 잡더라고요. 노동조합은 소송은 소송대로 하면서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는 대리점 소장들에게 교섭도 요구했는데 대리점 소장들이 너희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니까 교섭에 나올 이유가 없다고 버티더라고요. 노동부에서도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했으니 대리점 소장이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명령을 내렸는데 지금까지 버티면서 이것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마 대리점 소장들은 소송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 거예요. 현대기아차가 대리점 소장들이 모여 있는 협회에다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해도 절대 응하지 말고 시간을 끌어서 재판으로 가라고 지침을 내렸거든요. 대리점 소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퇴사해서 현대기아차에 면접을 보고, 본사에서 사람을 결정하면서 다시 현대기아차랑 대리점 계약을 맺는 구조라서 현대기아차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어요. 재계약도 현대기아차 손에 달려있으니까 대리점 운영할 때도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 하고요.

누가 봐도 진짜 사장은 현대기아차 아닌가요

예전부터 대리점별로 현대기아차 내부 인터넷 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디가 있었어요. 이걸로 인터넷 페이지 들어가서 차 가격은 얼마인지, 어떤 행사를 하는지, 공지사항은 뭔지 등등 본사에서 내려오는 정보를 확인하고 차를 팔았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드니까 아이디로 여기를 못 들어오게 막았더라고요.

아침에 출근하면 8시 반에 현대차에서 사무실에 설치해준 빔으로 방송 보면서 아침 체조하고, 현대차에서 만든 H-뉴스 듣고 조회를 했는데 그것도 싹 없어졌어요. 부진자 교육도 현대차에서 직접 했는데 이 교육도 없어졌고요. 현대차가 우리한테 들어주던 상해보험도 이젠 대리점 협회가 들고 있어요. 이게 다 왜 그런지 아시겠죠? 이제라도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 진짜 사장이라는 걸 은폐하고 지우겠다는 거예요.

우리를 지켜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15년 전에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가 산타페 차를 팔았어요. 그런데 그 차가 1주일 만에 고장이 나서 손님이 대리점을 찾아왔죠. 그 손님은 차가 고장 났으니 화가 나니까 차를 판매한 노동자한테 책임지고 새 차로 교환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그건 비정규직 노동자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리점 소장이랑 현대차는 나 몰라라 하더라고요. 결국, 그 손님이 차를 판매한 노동자한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펴서 1달 만에 죽었어요. 현대차는 끝까지 자기 직원이 아니라고 아무런 보상도 안 했어요.

나중에 이 문제가 산타페 차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서 알려지고 방송까지 되니까 현대차에서 유족한테 이 사실을 밖에 말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때 다들 상심이 컸어요. 차를 잘 못 만든 건 현대차인데 왜 일하다 죽는 건 우리인 건가 억울하잖아요. 그때부터 현대차에서 산재보험은 아니지만, 상해보험을 비정규직 노동자한테 들어줬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현대차가 안 해주는 거예요.

자본과 싸우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같은 노동자를 설득해야 해요

2015년에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금속노조를 찾아갔어요. 그때부터 금속노조 미조직 비정규 담당 활동가분이랑 전국 다니면서 노동자들 만나고 조직을 했죠. 그 다음해엔 금속노조에서 조합원이 많지 않아서 지회를 구성하기는 힘드니 일단 노동조합을 먼저 띄우고, 조합원을 더 조직해서 금속노조에 가입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노동조합 먼저 띄우고 금속노조에 가입하려고 가입 신청을 했는데 현대기아차 정규직 조합원들이 저희가 금속노조 가입하는 걸 반대한다는 거예요. 당시 금속노조 위원장이 저를 찾아와서 노동조합 규약이 가입을 요청하면 한 달 이내로 승인하게 되어 있는데, 한두 달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이거 얘기가 길어지는 거 아니냐." 물어보니 그렇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노동조합은 규약이 있고 정규직이 반대한다고 노동조합 가입을 막는 건 민주노조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벌써 1년 반이 지났어요.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조합은 금속노조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만 하면 항의하고 몸싸움까지 벌였어요.

금속노조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표결로 결론 내려 해도 투표 자체를 거부해서 회의 자체를 무산시켰고요. 저희는 현대기아차가 워낙 힘이 강한 회사라 거기랑 싸우는 것도 힘든데 같은 노동자들과 다투고 노조를 설립할 권리도 박탈당하는 상황이에요. 저는 지금도 왜 우리가 정규직 노동조합의 허락을 받고 금속노조에 가입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아무리 노동조합에서 내부적인 갈등이 있다고 해도 규약은 지키고 안에서 토론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잖아요.

그렇지만 끝까지 정규직 노동조합에 손을 내밀 거예요

지금 이 갈등은 현대기아차 자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기하고 분열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무리 정규직 노동조합이 우리를 배척하고 서운하게 해도 끝까지 설득할 거예요.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현대기아차 자본을 절대 이길 수 없거든요. 그러니 금속노조도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조합도 우리를 뜨거운 감자로만 취급하지 말고 민주노조다운 결정을 내렸으면 해요. 제가 알고 있고 기대했던 민주노조, 노동조합은 이런 게 아니었거든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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