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인권은 천부적인 권리다. 천부인권(天賦人權)이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임을 의미한다. 헌법에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인권'은 어른들의 시혜처럼 되고 있다. 특히 경남 교육의 현실은 더 암울하기 짝이 없다."안종복 경남민예총 회장과 차재원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22일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무지와 편견을 걷어내고 학생인권조례를 즉각 제정하라"고 했다.
경남도교육청이 11월 2일 학생인권조례 제정 재추진을 발표하자, 경남교총은 9일 반대성명을 낸 바 있다. 그러자 박종훈 교육감이 10일 SNS를 통해 경남교총의 입장을 비판했고, 심광보 경남교총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안 회장과 차 전 지부장은 "이 논쟁을 바라보며 학생인권과 교권의 개념, 상호 관계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나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을 맞서는 관계 또는 생각을 바꿔야 하는 관계로 잘못 인식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을 벌이며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인권과 교직원인권은 천부적 권리로서 모두 보장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학생이 약자이고 학생인권 침해 사례가 빈번하기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꼭 필요하다. 조례제정은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에선 2008년부터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추진됐고, 2012년에는 도민 3만 7010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이어졌다. 하지만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안 회장과 차 전 지부장은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 등 4개 지역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여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경남이 진보교육감 3년이 지나도록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뭇 의아한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두 사람은 "경남교육청은 이번 행보가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은 만큼 앞선 지역의 사례를 꼼꼼히 분석하여 경남의 학생인권조례가 실질적인 학생 인권의 보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내용을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선 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 두발·용의복장 자율화, 휴대폰·소지품검사 금지, 임신·출산·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 등을 빼거나 수정하려는 반인권적인 시도가 있었음을 인지하고, 소수자의 인권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인권적으로 보다 완전한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 TF팀 구성 등 실제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안종복 회장과 차재원 전 지부장은 "학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민주적 학교 문화가 조성될 날이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꿈꾸며 학생인권조례가 그 길로 가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쓰이기를, 학생들이 통제와 관리의 대상에서 당당한 교육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