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된 지 11일 만에 풀려났다.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 신광렬)는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심문 기일을 진행한 뒤 석방을 결정했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가 법원에 구속의 필요성 등을 다시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오후 2시께부터 약 한 시간 동안 김 전 장관 측과 검찰 측의 의견을 들어 심사했고, 오후 9시 30분께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석방 결정 이유에 대해 "김 전 장관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김 전 장관의 해명 내용 등에 비춰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며 "김 전 장관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연제욱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정부·여당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사이버 정치 활동을 지시한 혐의(군 형법상 정치관여)와 이 활동에 추가로 투입할 군무원을 뽑는 과정에서 '친정부 성향을 기준으로 선발하라'고 지시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은 구속적부심에서 ▲군형법상 개정 전 김 전 장관은 정치관여죄 처벌 대상자가 아니다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공작을 결재만 했을 뿐 지시한 게 아니다 ▲군무원 채용 과정에서 지역 차별행위 자체가 없었다 ▲이미 출국 금지돼있어 도주 우려가 없다 ▲증거인멸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10시 45분께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김 전 장관은 현재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수사가 계속되니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이해 안 가"... 법원 "수사 실패 아냐"
김 전 장관의 석방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법원에 넘겨진 '적폐청산 수사' 중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첫 사례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구속적부심의 석방률은 15%에 불과하다.
검찰은 즉각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혐의로 부하 직원들이 구속됐고,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인 점 등에 비춰 상명하복의 군 조직 특성상 최고위 명령권자인 김 전 장관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고,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가 예정돼 있음에도 혐의에 대해 다툼이 있다는 취지로 석방한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구속 결과와 유죄 입증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법원 관계자는 "피의자가 구속됐다가 풀려난다고 수사가 실패한 게 아니다. 구속 수사기간이 20일인데 그중 반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김 전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신청한 것"이라며 "그사이 수사가 진척돼 현재 시점에서 판단했을 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같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해놓고 왜 말을 바꾸냐고 볼 수 있지만 그게 항상 일치하지 않기에 구속적부심사 제도가 있는 것"이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됐어도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법정구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