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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대 사진예술과 졸업전시회에 전시된 작품 '키스방'
 계원예대 사진예술과 졸업전시회에 전시된 작품 '키스방'
ⓒ 시민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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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 졸업전시회에 '키스방 여성'을 소재로 한 사진이 전시된 것이 알려지자, SNS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계원예대 사진예술과 졸업전시회에선 해당학과 학생 54명의 사진이 전시됐다. 그중 A 작가는 '키스방'이라는 제목의 사진 세 점을 선보였다. 키스방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여성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밑에는 이름과 나이, 가슴 사이즈, 키, 몸무게, 흡연 여부, 영업시간으로 추측되는 시간을 적었다. A작가의 홈페이지에는 전시된 세 점 이외에도 '키스방 여성' 소재의 다른 사진들도 올라와 있다. 작품의 일부는 실제 영업하고 있는 키스방에서 찍었다.

작가의 의도를 설명하는 작품 설명란에는 "키스방(키스걸)을 통해 성매매, 유사 성매매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 나는 사진, 예술이 옳고 그름을 깨우치는 역할도 하지만 현실의 재현이라는 기능과 증거라는 목적에 맞게 키스방 이야기를 사회에 내보이고 싶었다"고 적혀있다.

계원예대 학생들 "젠더 의식 부족"

해당 작품의 전시가 SNS를 통해 알려지며 "상품화된 여성을 다시 대상화하는 작업에 불과", "성구매 문화를 문제의식 없이 접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 작품이 졸업전시회에서 '우수작'으로 뽑혔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사진계와 교수들이 여성의 성을 도구화하는 데 윤리 의식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졸업전시회에서는 작품을 전시한 총 54명 중 11명의 작품이 우수작으로, 2명의 작품이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A작가의 담당 교수는 "학과 교수 7명의 의견과 학생들의 투표도 반영해서 뽑았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선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계원예대 사진예술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졸업 전시회 이전에 학생들 사이에서 비평 시간을 가질 때도 비판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며 "젠더 의식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키스방' 말고도 가부장적인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 사진을 포함한 예술계나 학교에서는 '튀어야 한다', '논란이 돼야 한다'는 식으로 부추긴다. 주목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이나 욕망을 수단으로 삼는 것 같다"고 밝혔다.

'키스방 전시' 이후 계원예대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계원예대 학생들은 지난 21일부터 온라인 공간에서 <사진계 내 젠더 의식 함양 촉구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서명 페이지에 쓴 글을 통해 "보는 이가 느꼈던 불쾌함은 대부분 유사성매매라는 소재 자체가 아닌, 그를 바라보는 철저한 남성주의적 시선과 피사체의 대상화로 인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 여성이라는 소재가 가장 쉽게, 가장 자극적으로 소비되어 왔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혐오적 재현은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차별적 구조를 재생산한다"며 "책임 있는 예술작품을 작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동시에 <계원예술대학교 학생들의 젠더 의식 향상을 위한 강의 개설 청원>도 벌이는 중이다. 추후 학교와 총학생회 측의 공식 협조를 얻어 서명 운동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A작가 "비난 의견 많다는 걸 알지만..."

A작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난하는 의견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앞으로도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라며 "가치 판단을 하는 순간 작품의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키스방을 소재를 선택할 때부터 박수 받을 기대는 하지 않았고, 여성들의 반응에 대해서 이해한다"며 "키스방의 존재 자체와 남성적 입장에서 여성을 수동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비판받고 있는데, 후자에 대한 지적은 고민할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태그:#졸업전시회, #키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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