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로부터 '바다로 가는 4대강'이라는 지적을 받는 사업이 있다. 경남도·거제시와 민간개발사업자가 경남 거제시 사등면 사곡리 일대의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해 조성하는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아래 거제산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30일 거제지역 환경·시민·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곡만지키기대책위'는 국토교통부 면담 결과를 알리며 '사업 중단'을 강조했다. 대책위는 하루 전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국토부 관계자를 면담했다.
거제시는 바다 100만평을 매립하고, 육지 50만 평을 개발해 거제산단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승인한 상태이고, 국토부 중앙산단심의위는 지난 25일 심의위원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취합했다.
통상 국토부 중앙산단심의위는 1개월 안에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짓는다. 이런 가운데 대책위는 "심의 중단하고 공론화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노동조합과 언론을 통해 이 거제산단 조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공식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국토부 면담 과정에서 대우와 삼성이 낸 입주의향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공식 철회하지 않은 것"이라 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대우와 삼성은 노조 등에 공식적으로 거제산단 불참을 통보했으므로 이 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국토부는 서류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거제 인근인 통영과 고성, 하동에 빈 조선소가 많다는 것. 대책위는 "통영은 조선소 6곳 중 5곳이 문을 닫았고, 60만평 규모의 성동조선해양도 가동률이 10%도 안된다"며 "거제산단 예정지에서 해로 10km 내외에 약 200만평 규모의 유휴 부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대안도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은 "정부가 하동에 170만평 규모의 '조선해양플랜트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했으나 실패해 큰 골칫거리다. 혈세 5000억 원을 들여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에버딘대학교와 해양플랜트시험연구소를 유치했지만 사업자부실로 방치돼 있다"며, "고성조선해양특구의 약 100만평도 자연만 망친 채 방치되고 있다. 이는 민간개발방식의 한계다"고 했다.
대책위는 "사곡만 100만평을 매립하고 50만평의 산지를 훼손하여 아름다운 거제도의 지도를 바꾸는 토목공사로 심각한 사회·환경적 피해가 예상돼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했다.
요즘 해양플랜트산업이 침체다. 대책위는 "산업의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상승에 흥분해 거제산단 승인 근거로 삼고 있으니 실소가 나온다"고 했다.
이들은 "백번 양보해서 거제산단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100만평을 매립하지 않고도 필요한 부지는 넘쳐난다"며 "거제와 통영에는 매립승인 받고도 착공하지 않거나 방치된 부지만 100여만 평이 넘는다"고 했다.
경남도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조선해양은 성장 가능성이 낮다. 사업성이 있는가, 하동 갈사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사업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된 전임정권 박근혜, 홍준표 전 경남지사, 권민호 거제시장의 공약사업으로 '바다로 가는 4대강 사업'이다"며 "탄핵 대통령, 사퇴한 도지사, 퇴임할 시장이 추진한 이 사업은 다음 시장과 도지사가 재검토하도록 하는 것이 민의에 따르는 것"이라 강조했다.
대책위는 "중차대한 사업에 대해 진지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서면심의만으로 얼렁뚱땅 끝내려는 국토부를 규탄하고, 심의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조건부 승인' 운운하며 심의결과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국토부에 엄중 항의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토부는 부실로 가득한 사업신청서와 자금조달계획에 속지 말고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국토부는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 승인심의를 중단하고, 사업 계속여부를 다음 거제시장과 경남지사에게 맡길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