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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권
항공권 ⓒ pixabay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드립니다: '이름은 김민섭, 여권 이름은 KIM MIN SEOP, 12월 5일부터 7일까지 후쿠오카 여행이 가능한 사람'

작가 김민섭씨가 진행한 '김민섭씨 후쿠오카 보내주기 이벤트'는 시작 4일째 행운의 주인공을 찾으며 막을 내렸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의 저자 김민섭씨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민섭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가 항공권을 무상양도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김씨는 생애 첫 해외여행을 기대하며 저가항공에서 1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후쿠오카 왕복항공권을 구입했다. 그 뒤 다른 일정 탓에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그런데 항공권을 취소하려고 보니, 취소해도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2만 원 남짓. 김씨는 2만 원을 받을바에야 이름이 같은 사람에게 항공권을 주자고 생각했다. 항공사에 문의하니, "(여권) 이름이 같은 대한민국 남성에게 출발 3일 전까지 무상으로 양도 가능하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글을 올리자마자, 누리꾼들은 댓글 태그를 통해 각자가 알고 있는 김민섭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김씨도 "여러명이 신청하면 랜덤 사다리를 돌리겠다"라고 썼다. 하지만 이벤트 3일째인 29일까지 김민섭씨에게 아무런 신청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평일의 한가운데인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후쿠오카 여행을 갈 수 있으면서, 여권 이름이 'KIM MIN SEOP'인 사람이 김씨가 올린 글을 볼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였다.

결국 김씨는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경향신문>에도 "김민섭씨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김씨는 이 글에서 '김민섭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하면서 "김민섭을 아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썼다.

"좋아요든, 공유든, 댓글이든, 그 어떤 수단으로 여기에 참여한 모두가 이 이벤트에 즐거워했다. '아, 이런 게 되는 거야? 우리 힘으로 김민섭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 이름이 같다는 그 단순한 이유와 인연만으로도 이처럼 재미있는 일들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연대한다는 감각은 별것이 아닌데도, 인천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일보다도 더 멀고 어렵다. 아직 김민섭씨는 찾지 못했다." - <경향신문> 11월 30일치 '[청춘직설]"김민섭씨를 찾습니다' 중에서

"따뜻한 연대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

 김민섭씨가 김민섭씨에게 양도하는 항공권
김민섭씨가 김민섭씨에게 양도하는 항공권 ⓒ 김민섭

다행히 이 글을 쓴 뒤 김민섭씨는 김민섭씨를 찾았다. 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스물다섯 살 김민섭씨가 자신이 갈 수 있다면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민섭씨는 졸업전시자금을 모으느라 졸업 전까지 여행을 모두 포기하고 있던 휴학생이었다.

대학생 김민섭씨가 받은 것은 항공권뿐만이 아니었다. 작가 김민섭씨에 따르면, '김민섭 후쿠오카 보내기 이벤트'를 재미있게 본 한 누리꾼이 "숙박비를 제공하고 싶다"면서 경비 약 30만 원을 대학생 김민섭씨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후쿠오카의 교통 프리패스를 등기로 보내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작가 김민섭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름이 같다는 계기로 '따뜻한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사람들이 댓글 단 걸 보면 감격스럽다. 항공표를 취소해서 받을 수 있는 2만 원이 아닌, 200만 원 이상의 즐거움을 받은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그는 "저는 1983년생인데 표를 드린 김민섭씨는 1993년생이다. 10년 차이가 나는 김민섭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한 번 만나보기로 했다"면서 "(저가항공권의 양도를) 시스템적으로 정착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섭씨는 "얼떨떨하다. 거짓말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니 붕 떠 있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원래 모르던 분이셨고, 작가님 책을 읽은 학교 선배 한 분이 저를 해당 글에 태그해주셔서 알게 됐다. 처음 메시지 보낼 때 고3 수험생처럼 더 여행이 필요한 김민섭이 있다면 양보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오늘 오전에 저 말고 메시지 보낸 사람이 없다고 연락이 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행의 의미가 너무 무거워지면 안 될 것 같다"며 "편하게 지내고 싶다.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곱창전골을 먹고싶고 벳푸와 유후인, 쿠마모토 등을 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후쿠오카항공권#김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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