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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는 싶은데, 1년에 한 권도 읽지 못하고 산다. 이런 내가 참 한심하단 생각이 들고 그래. 그러면서도 막상 읽지도 못해. 그렇게 몇 년째야. 며칠 전엔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고 서글퍼져서 여섯 페이진가? 읽었는데, 참 좋더라. 책 끼고 사는 네가 막 부러워지는 거야. 그런데도 다시 읽지 못하고 있다. 나도 옛날에 책 많이 읽은 것 너도 알지? 이제부터라도 습관 들여야 하는데 쉽지 않네!"

지난 주말, 고향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처럼 말한다. 친구 말대로 나름 책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래서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산다는 푸념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그 친구만이 아니라 책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보다 책이 귀했고, 시골이라 도시 아이들보다 책이 더욱 귀했는데도 어지간한 한국문학작품들은 기본으로 읽는 친구들이 많았다. 헤르만 헤세나 헤밍웨이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대표작품들도 당연하게  읽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랬건만 지금은 책을 읽고 사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책을 놓지 않고 사는 나를 부러워하며 푸념하는 친구들이 꼭 한둘은 있다. 그런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남자친구들은 '먹고 살기 바빠 어쩌다보니, 여자 친구들은 애 낳고 키우면서 읽지 않게 됐는데, 이제는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한다'는 대답들이 대부분이었다.

멍청이로 살다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같은 위기감이나, 내 친구가 얼마 전 느꼈다는 서글픔 등으로 붙잡아보지만 절반도 읽지 못하고 다시 놓기를 되풀이하다가 잊어버리고, 그렇게 일 년에 한 권도 읽지 못한다는 이야기들.

그런데 이는 내 친구들만의 사정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일년에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내 친구처럼 책을 읽고 싶으나 쉽지 않다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들은 ▲줄거리가 없어 매일 조금씩 잘라 읽어도 나머지를 읽는데 아무 상관없거나 ▲아무 때나, 어디를 펼쳐 읽어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읽을 때마다 뭔가 얻을 것이 많은, 그래서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누구에게든 아는 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패션의 어원은 '만들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파케레(facere)에요. 여기서 '제작'이라는 뜻의 명사 '팍시오넴(factionem)이 파생했지요. 팍시오넴은 12세기 고대 프랑스어로 들어가 파송, 파숑 등 다양한 형태를 띠면서 '얼굴', '외양', '패턴','디자인', '아름다움'을 지칭했어요. 14세기 후반에는 '제작', '치장', '방식'을 가리키다가 15세기 후반부터는 '의상'이라는 의미로도 쓰였죠. (…) 그렇다면 최초의 의상 디자이너는 누구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의 '로즈 베르텡'을 꼽아요. 그녀는 1770년대에 파리에서 부인용 모자가게를 운영했어요. 그러던 중 이 가게의 멋진 모자를 눈여겨 본 사르트르 공작부인이 베르탱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소개시키죠. 베르탱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비로 책봉되기 전부터 그녀를 위해 옷을 만들었어요. 베르탱이 만들어 준 화려한 옷은 프랑스 궁정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비에 오르고 나서도 베르탱을 계속 불렀어요. 하지만 이로 인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낭비는 점점 심해졌고, 사람들은 베르탱을 '패션 장관'이라 비꼬기도 했답니다. (…) 패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은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한 영국 패션 디자이너 '찰스 프레드릭 위스'예요.  전직 포목상이었던 위스는 자신이 만든 의상에 상표를 꿰매 넣은 첫 번째 디자이너랍니다.' - 19~20쪽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플러스>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플러스> ⓒ 글담출판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플러스>(글담출판)도 그런 책이다. 책은 옷, 음식, 건강, 예술, 정치, 경제, 이렇게 6장으로 분류해 관련된 단어들의 어원을 들려줌으로써 각각의 단어들에 얽혀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역사와 풍습, 문화 등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한다.

옷의 역사나 관련 풍습 등을 이야기하고자 선택한 단어들은 '패션'을 시작으로 네일, 글래머, 와이셔츠, 드레스, 그리고 란제리와 재킷과 단추. '패션'이란 단어로 최초의 상업적인 패션 디자이너와 옷에 오늘날과 같은 상표를 붙여 유통시킨 최초의 디자이너에 대해 알려주는 것처럼 각 단어들에 얽힌 것들을 들려주는 것으로 옷에 관한 다양한 것들을 알게 한다.

옷은 누구나 입는다. 그러나 최초의 상업적, 공식적인 디자이너는 누구이며, 오늘날과 같은 상표는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서인지 등까지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책을 읽은 덕분에 알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그동안 무심히 봤던 상표들이 달리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들 외에 참 많은 것들을 알려 준다? 그것도 옷처럼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언제부터 오늘날과 같은 '속옷(란제리)'을 입었을까? ▲여배우들이 '드레스'를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왜 남녀의 '단추' 위치가 다를까? ▲유럽에서는 '메뉴'가 요리사를 위한 것이었다? ▲'초콜릿'이 쓴 맛의 대명사였다? ▲독일은 어떻게 '맥주' 강국이 되었을까? ▲원래 '의사'는 '닥터'라고 부르면 안 된다? ▲'섹스'는 원래 야한 의미가 아니라고? ▲오늘날의 '결혼 행진곡'을 처음 사용한 부부는? ▲'재능'도 돈이 되는 물질만능주의가 성경에서 비롯됐다? ▲최초의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이유는? ▲임기 말의 정치인을 '뒤뚱거리는 오리(레임덕)'에 비유하는 까닭은? ▲프랑스 대통령은 '바람을 피워도(스캔들)' 용서받는다? ▲17세기에는 '비즈니스'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사람에게도 '브랜드'를 달았다? ▲최초의 '슈퍼마켓(가게)'에는 진열장이 없었다고? ▲'달러'가 독일의 화폐였다고? ▲코카콜라가 850만 병을 '공짜(쿠폰)'로 뿌린 사연은?' - 목차 일부.

그렇다.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책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패션'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 관련 단어들이나,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들 그에 얽힌 것들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어마다 3~6쪽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글인데, 또한 청소년부터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글이 쉽다.

엊그제 내게 책읽기의 어려움과 낯설음을 호소했던 친구처럼 책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끝까지 읽게 하거나, 나아가 또 다른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할 가능성이 많은 것은 물론이다. 나의 경우, 무거운 주제의 책을 읽는 틈틈이 머리도 식히고 여유를 느끼기도 할 겸 양념처럼 섞어 읽기 좋아 그렇게 읽은 책이다.

책의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한 주제의 글 그 끝에 함께 읽으면 좋은, 주제 단어와 비슷한 또 다른 단어에 대한 것들을 '+1분 세계사'란 코너로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읽을거리는 훨씬 많아진다. 앞서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가 출간됐다고 한다.

덧붙이면, 이 책은 '한국에 돌아와 목격한 외국어와 외래어의 남용은 심각했다. 올바른 언어 사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 문화와 비교하니 더욱 안타까웠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02년부터 7년간 600여 개 단어의 뿌리를 공부하여 각 어원이 가지고 있는 역사 이야기들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프로필에서)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외국어와 외래어 남용뿐일까. 횡단보도에서나 지하철 등에서 어쩌다 우연히 청소년들 몇몇이 무리지어 있는 그 가까이에 서 있다 보면 말끝마다 따라 붙는 욕이나, 급식체처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예사로 듣게 된다. 청소년들도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어 또는 말이 사람살이에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플러스>(장한업) | 글담출판 | 2017-03-05 l정가 13,000원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플러스 - 실생활에서 바로 써먹는 역사 한 편!

장한업 지음, 글담출판(2017)


#세계사#패션#단어#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글담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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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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