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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들어 부쩍 학교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건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인격모독을 하는 교사, 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학생,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 등 사건의 종류 또한 다양합니다. 이로 인해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학교와 교사는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훈훈하고 반가운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따뜻한 선생님들과 선생님을 진심으로 따르고, 꿈을 키워나가는 제자들이 만들어 가는 교실 속 희망의 이야기들입니다. 제가 학창시절과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경험한 따뜻한 교실 속 작은 희망의 이야기들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기자 말

3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식을 치르고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저를 축하해주러 멀리서 직접 와주신 분들도 계시고, 사정이 생겨 못 오신 분들은 다른 분들을 통해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시기도 했지요.

이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앞으로 차곡차곡 보답하기 위해서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축의금 기록부'이지요.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인생을 살아가다보니 결혼이나 돌잔치 같이 좋은 소식도 있지만, 가족을 여의는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듣게 되어 나이가 들수록 부조를 위해 이 기록부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대학 동기 결혼하는데 축의 얼마하지?"

"우리 결혼식때 축의금 얼마 했는지 봐볼게. 5만원 했네."

"요즘 밥값만 3만원이 넘어. 둘이 가는데 5만원이면 될까?"

"5만원? 혼자 가면 몰라도 둘이 가는데 10만원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결혼식 전날이면 어김없이 오가는 저희 부부의 대화입니다. 사실, 축의금의 원래 의미는 결혼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주는 돈이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많이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회생활의 일부로 변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또, 축의금과 관련되서 나름대로의 규칙들도 생겨나게 되었죠. '나에게 축의금을 준 사람에게는 축의금을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주지 않는다.',  '완전 가까운 사람은 10만원, 조금 가까운 사람은 5만원, 그냥 지인은 3만원' 이런 식으로 규칙을 만들어 놓는 겁니다.

이런 규칙들이 자칫 보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급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과 돈을 기준으로 친교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황금만능주의와 지나친 합리성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까지 깊숙하게 박혀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제자가 준 축의금과 편지

며칠 전 '축의금 기록부'에 적어 놓지 못했던 소중한 축의금과 한통의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3년 전 제가 담임을 했던 제자 주영이(가명)의 편지와 축의금 천 원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이 편지를 읽으니 새삼스레 주영이와 함께 보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3년 전 제가 결혼하던 해에 저는 새로운 초등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자들은 그 학교에 전근 간 후 처음 만나게 된 아이들이었고, 제가 결혼한 달이 학기가 시작하고 딱 3개월이 지난 6월이었기 때문에 저와 제자들이 서로를 완벽히 알지는 못하는 탐색의 시기였습니다. 그런지라 제 결혼소식에 대해 아주 뒤늦게 알리게 되었지요.

결혼을 하기 전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제자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알린 것이 아니었고, 결혼 후 신혼여행을 가서 일주일간 제가 아닌 다른 선생님과 수업을 하게 되니 선생님이 보고 싶어도 참으라는 농담 섞인 말과 함께 알리게 되었던 것이지요.

결혼식을 잘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일주일 만에 학교에 출근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저 멀리서 주영이가 쭈뼛쭈뼛 다가오는 것이 보입니다. 평소 집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와 있었던 일을 저에게 가감없이 재잘거리는 귀여운 아이였는데 그날따라 뭔가 부끄러운지 제 눈치를 슬슬 보는 것이었습니다. 제 앞으로 다가온 주영이가 여러 번 접어 꾸깃꾸깃한 편지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모은 돈이에요. 결혼 축하드려요. 제 일주일 용돈이랑 축하 편지예요."

제자가 건넨 축의금과 편지 너무나 소중해서 사용할 수 없는 돈 천 원
제자가 건넨 축의금과 편지너무나 소중해서 사용할 수 없는 돈 천 원 ⓒ 박현진

특별휴가로 다녀온 신혼여행 기간이 딱 일주일이었는데, 주영이가 제가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지난주에 부모님께 받은 일주일 용돈 천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제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아 두었다가 저에게 준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영이의 진심어린 축하의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물론, 그 돈을 받고 제 지갑에 있는 더 빳빳한 천원짜리를 돌려주었지만, 주영이가 준 편지 속에 접혀있던 꾸깃꾸깃한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은 무엇보다 소중한 제 보물이 되었지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쓰지 못하고 작은 상자에 고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주영이가 진심을 담아 저에게 준 편지와 축의금은 제 머리가 아닌 가슴 속에 잊히지 않고 앞으로도 생생하게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돈'이 아닌 진정어린 축하를 담은 '축의금'을 전달하자

축의금이나 조의금 같은 부조금은 우리 조상들이 서로 힘든 일을 번갈아 도우면서 시작된 전통문화의 하나입니다. 저는 수업과 일상생활을 통해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왔지만, 정작 저 자신은 진심어린 축하가 무엇인지 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꺼내 본 주영이의 편지와 축의금을 보면서 제가 전달했던 축의금과 조의금이 당사자들의 큰 경조사에 힘이 되어주는 진정한 의미의 부조였는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제자의 진심어린 마음이 저에게 반성의 시간을 준 것이지요.

얼마 전에 다녀온 친구 아들의 돌잔치에서 제가 건넨 하얀 봉투는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고 앞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축의금'이었을까요? 아니면, '내지 않으면 면이 서지 않는다', '나에게 축의금을 줬으니 나도 줘야지'와 같은 계산적인 의미를 갖는 단순한 '돈' 그 자체였을까요? 앞으로 가는 경조사는 주영이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며 저 역시 진실된 의미의 부조를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교육신문> 중복송고



#축의금#희망#제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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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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