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입법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일가 재판의 핵심 내용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배임 사건이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시네마 매점을 롯데 친족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임대 형식으로 넘겼다.
검찰은 이를 통해 신씨 일가가 롯데시네마 측에 744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아래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특경법상 배임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즉 신동빈 회장에게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으면 집행유예로 끝나긴 어려웠다.
법원이 특경법상 배임 인정 안한 이유 "정확한 금액 입증 안됐다"재판부는 롯데시네마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행위와 재산상 손해 발생을 인정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최초로 지시하고, 신동빈 회장도 문제를 인식했다며, 공동정범까지 인정했다.
하지만 특경법에 따른 배임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총수 일가가 편취한 이득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쉽게 설명하면, 법원은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친족들에게 경제적 지원 목적으로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주고 이를 눈감았다는 것을 인정(업무상 배임)했다. 친족 임대 이후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재산상 손해 발생)도 인정했다.
그런데 검찰이 밝힌 이득액(774억 원)을 단정 지을 수 없어, 특경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형법상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 형법상 배임 혐의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특경법보다 형량이 훨씬 낮다.
특경법을 적용하려면 검찰이 신씨 일가가 편취한 금액을 1원까지 입증해야 한다. 법원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입법 취지에 어긋난 판결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친 입증 부담 지우면서 결과적으로 정의 구현 미흡"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득액 산정 등 법원이 금액 입증을 엄격히 요구하는데 전반적으로 지나친 입증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1원까지 입증하라고 하니까, (이득액 산정) 값이 다 다른데, 현실적으로 입증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최소한의 범위만 산정되면, 특경법 입법 취지를 고려해서 포괄적인 입장을 취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득액 산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서 결과적으로 정의 구현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가경제발전 이바지' 문구 또 등장법원 판결문을 봐도 봐주기 판결 아니냐는 인상이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역대 재벌들 판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가경제발전 이바지'라는 단어가 또 등장한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롯데그룹이 처한 대내외적 어려운 사정에 비춰 잘못된 경영 형태를 바로잡아 경영 투명성, 합리성을 갖추고, 건전한 기업 활동으로 우리 사회와 국가 경제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기회 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대부분 징역형을 예상했고, 비슷한 사례들에 비해서는 판결이 재벌 총수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며 "배임과 횡령은 전형적인 기업 범죄인데, 이에 대한 판결로 타당한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 일가 사익 편취 혐의와 관련해 일부 무죄 부분을 검토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