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에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송곳>은 대형 마트 노동자들의 삶을 다뤘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 노동 현실이 지닌 부조리의 극히 일부분을 송곳처럼 찔렀다.
드라마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대형 마트는 우리 사회 모든 계층의 노동자들이 모이는 집합소이기도 하다. 마트는 중산층과 극빈층 노동자들이 두루 섞여서 근무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마트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잘 살펴보면 우리 사회 노동의 질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곳은 계산원, 배송원, 보안 업무 담당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대형 마트에 파견되어 근무를 한다. 마트의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용역 업체를 통해 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법으로 정한 휴일에도 대부분 일터로 나간다.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일요일까지는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나 신정, 어린이날 등의 특별한 휴일에는 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트에서 3년째 배송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남들 다 쉴 때 쉬지 못하는 생활을 3년 이상 하다 보니 소외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며 "1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요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정이나 크리스마스 등 남들 다 쉬는 휴일에는 마음 편히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A씨가 맡은 업무는 고객들이 구입한 물건이 담긴 장바구니를 집까지 배달하는 일이다.
마트 노동자들의 꿀 같은 휴식을 방해하는 데는 시간제 근무도 한몫을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에 시간제 근로제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최근 정착 단계로 접어들면서 휴일에 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연봉제나 월급제 근로자들의 경우 주 5일제 근무를 한다고 해서 급여가 깎이는 일은 없다. 하지만 마트 근로자들은 근무 일수와 시간에 따라 한 달 수입이 결정된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눈치껏 하루 정도는 쉴 수가 있다. 하지만 쉬는 만큼 급여가 줄어든다"며 "가뜩이나 수입이 적은데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대형 마트에 인력을 지원하고 있는 한 용역업체 관리자 J씨는 "유통업계에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주 6일, 월급제 근무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 8시간씩 주 4일이나 5일 근무를 하고 있다"며 "법정 근로시간에 맞춰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J씨는 또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신정 같은 특별한 휴일만큼은 직원들을 쉬게 하고 싶다"면서도 "마트와의 계약 관계가 있어서 회사로써도 어쩔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정 연휴인 지난 1일, 지방의 중소 도시에 있는 대형 마트와 중소형 마트들은 문을 연 곳이 많았다. 마트 근로자들은 평일과 다름없이 출근을 한 것이다.
최아무개(충남 홍성)씨는 "신정이라 당연히 마트가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화를 해 보니 평소처럼 영업을 하고 있었다"며 "덕분에 시장을 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마트 근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정 연휴까지도 쉬지 않고 문을 여는 마트.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거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