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이 유용된 정황이 포착됐다면 회사는 사건의 진상부터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충남의 한 회사에서는 그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회사가 '내부 고발자'에게 관련 문건을 유출한 내부 직원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충남의 한 고속버스 회사에서는 탁송료를 유용한 혐의로 버스기사가 노조위원장을 고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고속버스 탁송은 일반 시민이 고속버스에 물건을 맡기면 해당 버스는 화물을 싣고 소비자가 원하는 터미널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이다.
요즘은 택배 산업이 활성화되어 버스 탁송을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건을 찾기 위해 터미널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간이 이용되는 탁송 서비스는 버스 기사들에게는 쏠쏠한 부수입원이다.
탁송료 수입은 노조위원장이 회사로부터 받아 기사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직원 10명이 근무하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한 달 동안 벌어들인 탁송료 수입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노조위원장은 100만원을 10명의 근무자들에게 10만원 씩 균등하게 나눠주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버스회사의 기사 k씨는 이 돈의 일부를 전달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탁송료의 일부를 3년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k씨는 노조위원장의 자금유용 혐의를 조사해 달라며 최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k씨는 "조합장(노조위원장)은 회사로부터 탁송료와 관련된 수입을 받아와 버스 기사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며 "하지만 조합장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3천 만 원 가량의 탁송료의 우수리 돈을 직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씨는 이어 "탁송료에서 우수리 돈의 일부가 사라진 정황이 포착되었다"며 "회사의 내부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k씨가 주장하는 탁송료의 '우수리 돈'은 절상된 금액을 뜻한다. 이를 테면 한달 탁송료 수입이 101만 원이라고 치면 이중 100만원만 탁송료로 지급되고 나머지 1만원은 어딘가로 사라졌다는 주장인 것이다. k씨에 따르면 이렇게 2014년 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사라진 금액은 3천 만원 정도이다.
k씨 측 관계자는 "3천 만원 가량의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그것이 바로 돈을 관리한 노조위원장을 고발한 이유"라고 말했다.
노조위원장 Y씨 "횡령 사실 없다"며 반박 하지만 노조위원장 Y씨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노조위원장 Y씨는 "내가 자금을 횡령했다는 것은 그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Y씨는 "직원들에게 빠짐없이 탁송료를 지급했다"며 경찰에도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사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야 할 회사 측은 오히려 내부 자료를 유출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라며 K씨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k씨 측 관계자는 "얼마 전 회사에서 내용증명을 보내 왔다. 회사 내부 자료인데 어디서 구했냐는 것 주된 내용이다"라며 "하지만 회사는 정작 돈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노조 측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강남고속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우리 회사 소속의 직원은 평균 60명 정도가 되는데, 매달 탁송료가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에서는 이런 문제(자금 유용)가 생길까봐 탁송료를 사원들의 복지 자금으로 쓰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회사가 내부 고발자를 밝히라며 내용 증명까지 보낸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 문서는 회사 기밀에 해당 한다"며 "회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고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충남 예산경찰서 경제팀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며 사건은 아직 검찰에 송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