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나근형 교육감이 인사 비리로 구속된 후 당선된 진보 성향 이청연 교육감마저 뇌물 수수 등으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13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더 잘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교육감 선거 출마예정자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세 번째 인물은 나근형 전 교육감 시절 인천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을 2년 8개월간 지낸 고승의(65)씨다. 고씨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관장으로 근무하다 2011년 2월 명예퇴직한 후 강화지역 사립학교인 덕신고등학교 교장에 지원해 3년 6개월간 근무했다. 현재는 재단법인 덕신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 기자 주
"덕신고 교장으로 있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많다. 명예퇴직 후 바로 사립학교 교장으로 가면서 '나 전 교육감의 보은 인사'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변에서 추천해줘 지원한 것뿐이고, 나 전 교육감은 전혀 알지 못했다. 지원 후 알게 돼서도 (나 전 교육감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후광을 업고 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떳떳하게 근무할 수 있었다.
교장 취임 후 환경이 너무 열악한 학교라 교육청 지원을 받아 증·개축을 추진했는데, 공사비를 부풀렸다는 의혹 제기로 감사를 받은 일이 있었다. 공사비를 늘리기 위해 건물 안전등급을 과다하게 낮추고 전관예우 성격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덕신고에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 많이 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많았다. 그래서 학생들을 사랑하고 키우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학생들에게 항상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담배를 피우다 걸리는 학생도 야단치기보단 다독거리고 훈시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많이 바뀌고 대학도 많이 갔다. 교장을 그만두어 퇴임식을 하는데 학생들이 많이 울고 그만두지 말라며 잡았다. 이런 학생들을 보며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승의 전 국장은 또한 인천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아이들을 키웠으며 인천교육행정도 오래 해봤기에 본인이 적임자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1970년 교육행정 9급으로 시작해 3급까지강화군에서 1952년에 태어난 고 전 국장은 강화 길상초교와 강남중을 졸업한 후 인천고교에 입학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하며 한국방송통신대와 인하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 10월 교육행정직 9급 공무원에 임용된 후 강화지역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다 경기도 교육위원회와 인천시교육청 개청 준비 요원으로 파견돼 일하기도 했다. 1981년부터 인천시교육청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부터는 계속 교육청이나 산하기관에서만 근무했다. 2011년 2월 명예퇴직 후엔 덕신고교에서 3년 6개월간 근무했다.
예산 생각하면 선별적 복지가 더 필요"이청연 교육감이 추진했던 부분 중 무상급식과 관련해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부문에서는 학생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그 비용의 대부분이 취약계층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산의 어려움 때문에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재정 확보와 효율적인 지원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부문에서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학습준비물 부담을 줄이는 등, 진정한 복지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이 교육감 사태를 보면, 첫 진보교육감이었고 의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기대가 남달랐는데, 교육은 의욕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었으며 풍부한 행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본다. 청렴도를 1위로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 교사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전 국장은 이 교육감의 사태가 왜 교육행정 전문가가 교육감이 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선 교육의 본질이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에 의해 훼손되거나 제약을 받으면 안 된다며 교육개혁을 단순히 민원성에 의거한 개혁으로 치부하거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수단으로 쓰려는 것은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서 교육정책은 시범운영하고 성과평가를 거치려면 여러 해에 걸친 검증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교육개혁은 너무 빠르게 진행돼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목적고교와 자율형사립고교 존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예로 들며, 대학입학제도의 큰 변화 없이 무조건적 고교 평준화는 인재를 키워내는 가능성마저 불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이슈화된 특성화고교 현장실습 문제와 관련해선 마음 아픈 일이지만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학생이 실습하면서 일의 가치를 느끼게 학교와 기업이 유대 관계 속에서 산학협동 교육을 진행하게 하고 안전을 철저히 감독하는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와 관련해선 아직 법적으로 결론이 난 게 아니라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교육과 정치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 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가 본래의 뜻을 왜곡해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부 학교 관리자의 비위 문제에 대해선 교육감 직속 교육비리고발센터를 운영하고 내부공익신고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 의식 변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또한, 공정한 교원인사 행정시스템을 정착시켜 인사제도의 불합리를 없애고 교원인사업무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공교육 회복 위해 교권 회복 가장 우선해야
인천교육 현안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는 공교육 회복을 꼽았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교권 회복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학생 인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을 지도하는 데 적극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학생 관리를 잘 안 하게 되고 이런 것이 학교폭력과 연계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생 인성 지도를 할 수 있는 과목을 교사 연수에 배정하고 교장 훈화시간 같은 때 인성 지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학교도 특목고나 자사고도 그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가 원하면 계속 운영하고, 원하지 않으면 운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조선일보> 칼럼을 보면, 혁신학교가 일반 학교보다 학업성취도평가 미달 학생이 세 배나 높다고 하지 않는가. 인천은 어떤지 모르지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정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 학업성취도평가도 하고 공개도 해야 한다. 혁신학교는 지역주민·학생·학부모 다수가 원하면 그만할 수도 있다. 교육수요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