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외곽 조직을 운영하며 극우·반공 여론전을 펼친 의혹을 받는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원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는 오는 12일 오전 박 전 처장을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정치 편향' 논란 뒤엔 국정원이 있었다앞서 지난해 10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박 전 처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아래 국발협)이 사실상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설립된 국정원의 외곽조직이라고 결론냈다.
지난 2010년 1월 안보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박 전 처장이 초대 회장에서 국가보훈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같은 해 1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안보 의식 강화를 주문한 이후 마련된 각종 안보 강연을 도맡았다. 당시 야당 정치인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등 이들의 안보교육은 정치 편향 논란을 불렀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 해체된 이 단체의 운영비는 대부분 국정원이 제공했다. 전경련과 대기업을 동원하고 국정원 예산을 합해 총 63억 원이 투입됐다. 안보교육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등 단체 운영과 사업 전반을 관리하기도 했다.
또 박 전 처장 재직 시절 보훈처가 배포했다가 정치 중립 위반 의혹이 불거지며 대부분 회수된 보훈교육자료 DVD도 국정원이 제작해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 정치인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한 이 자료가 2012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자 박 전 처장은 '익명의 기부자에게 협찬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국정원은 원 전 원장과 박 전 처장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와 별개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이동수)에서는 박 전 처장이 재임 시절 부적절한 예산 집행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을 수사 중이다. 박 전 처장은 임기 중 각종 극우보수 강연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제외 등으로 논란으로 일으키며 '극우보수의 첨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