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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에서 바라본 소백산 산줄기
▲ 소백산 산맥 비로봉에서 바라본 소백산 산줄기
ⓒ 정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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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니 소백산에 대한 미련이 떠나지를 않는다. 지난해 겨울 소백산 등산에 나섰다 어의곡에서 길을 잘못 들어 비로봉으로 가지 않고 늦은맥이재로 가는 바람에 힘에 부쳐 중간에서 내려왔다.

그때 산 등성이에서 몰아치는 소백산의 칼바람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되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시 가고픈 마음이 늘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단순한 아쉬움 때문은 아닐 것 같다. 소백산의 매력이 나를 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함께하는 오식산악회에서 소백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여 길을 따라 나섰다. 지난해 제대로 가보지도 못한 주제에 그래도 근처에나마 갔다 왔다고 바람과 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단단히 준비해 줄 것을 회원들에게 부탁하고 부탁했다.

소백산 천동 계곡 풍경이 정겹다
▲ 소백산 천동 계곡 소백산 천동 계곡 풍경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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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설경
▲ 소백산 가는 길 소백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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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오전 5시 30분에 출발하여 9시 30분에 천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모두들 완전 무장하고 비상한 각오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눈 덮인 오르막길에 숨이 차올라도 부산 사람이 언제 이런 눈 구경을 하겠나 싶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오르다보니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설경들이 눈앞에 펼쳐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려오는 사람들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조금만 더 가면 정말 황홀한 설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기대감과 호기심에 힘듦도 잊고 나아간다.

소백산 설경
▲ 소백산 가는 길 소백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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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 쉼터를 지나 천동 삼거리까지의 이어지는 설경은 지금까지 다녀본 겨울 산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설경이다. 꿈틀거리는 듯한 거대한 산줄기와 고목의 어울림, 햇볕에 반짝이는 눈꽃들, 그리고 주목에 덮인 거대한 눈들은 말 그대로 환상의 세계였다. 현실 세계를 떠나 행복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느낌에 넋을 놓고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곁을 지나가는 한 어른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답다고 하는 겨울 산을 거의 다 가보았지만 오늘이 으뜸이라 한다.

소백산 설경
▲ 소백산 가는 길 소백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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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설경
▲ 소백산 가는 길 소백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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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설경
▲ 소백산 가는 길 소백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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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설경
▲ 소백산 가는 길 소백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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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삼거리에서 바라본 소백산 설경
▲ 천동삼거리에서 바라본 소백산 설경 천동삼거리에서 바라본 소백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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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려오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 이렇게 멋진 풍광을 지닌 산의 이름이 왜 소백산(小白山)일까? 왜 작다는 소(小)를 썼을까? 모두들 이름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크게 부풀리는데. 집으로 돌아와 여기저기를 찾고 검색해보았지만 뾰쪽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한국민족문화백과대사전>에 따르면 "원래 소백산맥 중에는 '희다'ㆍ'높다'ㆍ'거룩하다' 등을 뜻하는 '밝'에서 유래된 백산(白山)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작은 백산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소백산"이라고 한다.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소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높은, 가장 큰 산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높이가 1,439m가 되니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산이다. 자신만의 멋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을 겸허하게 드러내기 위해 작을 소(小)를 붙인 것은 아닐까? 산의 이름을 지은 사람의 인품이라 생각해본다. 이제 나도 겸허를 배우고 자신의 멋을 가꾸어야 할 때라 생각한다.

하산할 때 눈은 많이 녹아 있었다. 눈에 젖은 수목을 보면서 김종길의 '고고'가 생각났다.
▲ 소백산 가는 길 하산할 때 눈은 많이 녹아 있었다. 눈에 젖은 수목을 보면서 김종길의 '고고'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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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소백산 겨울, #소백산 이름, #소백산 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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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공자에게서 배우는 사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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