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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문 초대전의 한 작품(전시작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원본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박병문 초대전의 한 작품(전시작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원본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 박병문

선탄부, 낯선 단어다. 고를 선(選). 석탄 탄(炭), 아낙 부(婦)이니 선탄부는 석탄을 고르는 여인을 가리킨다. 즉 남자 광부들이 막장에서 칸테이너 벨트에 실어 올려보낸 흙더미에서 석탄과 잡석을 가려내는 일을 하는 여자 노동자가 선탄부이다.

작가 박병문(58)이 그 여성 노동자들을 흑백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작가 박병문에게는 선탄부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작가는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강원도에서 다녔고, 직장 생활도 태백에서 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아버지의 흔적과 검은 땅을 카메라에 담다

작가는 평생을 광부로 일해온 아버지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통해 자기 존재의 뿌리를 찾아왔다.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 나의 탯줄이 묻히고 나를 길러준 검은 땅, 그곳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화면에 담아왔다.

2014년에 발간한 사진집 <아버지는 광부였다>, 2015년에 발간한 사진집 <검은 땅 우금에 서다>, 2016년에 발간한 사진집 <아버지의 그늘>, 2017년에 발간한 사진집 <선탄부>도 다 그러한 인식의 소산이었다.

개인 사진전도 줄곧 같은 소재와 주제로 진행해 왔다. 2013년의 <태백의 사계>(성남시청), 2014년의 <아버지는 광부였다>(서울 경인미술관), 2015년의 <검은 땅 우금에 서다>(서울 브레송 갤러리), 2016년의 <아버지의 그늘>(브레송), 2017년의 <아버지의 삶>(서울 류가헌)도 한결같이 검은 땅에서 삶의 나날을 영위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박병문 작가가 초대전 관람을 온 방문객에게 사진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전시장은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의 토마 갤러리로, 사진전은 1월 12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다. 전화 053.522.8155.
박병문 작가가 초대전 관람을 온 방문객에게 사진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전시장은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의 토마 갤러리로, 사진전은 1월 12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다. 전화 053.522.8155. ⓒ 정만진

작가는 "어두컴컴한 그늘에서 고된 일을 해 온 선탄부, 아니 여자 광부, 무겁게 입을 가린 분진 전용 마스크에서 무거운 삶의 무게가 느껴지고 아무나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들만의 검은 공간 속에서 일상을 엮어가는 선탄부, 그들의 검은 세상 속에서 시계바늘 돌아가듯 돌아가는 일상을 사진이라는 독특한 매체와 기법을 통하여 그들의 고난의 여정을 흑백이 주는 묘미로 세상에 알리고자 이번 사진전을 열었다"고 말한다.

검은 여자 광부로 존재하는 여인들만의 검은 공간

석탄은 선탄부의 손을 거쳐 상품으로 세상에 나올 때까지 30개의 컨베이어 벨트를 돌고 돈다. 선탄부들은 이리저리 엮이지 않고 돌아가는 벨트 사이로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일해야 한다. 잠시만 머물러 있어도 검은 분진이 달라붙어 숨이 막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선탄부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검은 여자 광부로 존재한다.

작가는 밤샘 노동을 하고 새벽녘에 귀가하는 선탄부들의 뒷모습에서 "삶의 진한 향기가 났었다"라고 말한다. 벨트 사이로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선탄부들끼리도 눈조차 마주칠 겨를이 없는 '그들만의 검은 공간' 속을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에 벅찼다"라고 돌이켜본다.

 박병문 초대전 중의 한 작품. (전시 작품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원본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박병문 초대전 중의 한 작품. (전시 작품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원본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 박병문

사진가 김문호는 박병문 초대전을 '달리는 볼 수 없었던 여자 광부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만날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한다. 또 '아버지의 삶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시작된' 박병문의 사진 여정이 '거기서 머물지 않고, 검은 땅, 검은 산하에서 함께 검은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 확장되고 있다'라고 소개한다.

박병문은 2006년 제 4회 '강원의 산하' 사진대전 동상, 2010년 제 24회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2013년 제 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대상을 받으면서 유망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제 6회 은빛 다큐멘터리 사진가상도 수상했고, 2015년부터 2016년까지 68회에 걸쳐 한겨레신문에 '사진 마을'을 연재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2일부터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초대전

<박병문 초대전 : 선탄부 - 여자 광부>전이 지난 1월 12일부터 대구 '김광석 거리'의 예술상회 토마(대표 유지숙, 053-522-8155, 대봉동 2-11)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는 오는 2월 4일까지 계속된다.

 박병문 초대전의 한 작품(전시작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원본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박병문 초대전의 한 작품(전시작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원본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 박병문

덧붙이는 글 | 박병문 사진집 <선탄부 - 어느 여자 광부의 하루>, 눈빛출판사, 3만3,000원.



#박병문#선탄부#토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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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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