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1월 31일 낮 2시 20분]최근 초대 혁신성장 옴부즈만에 위촉된 조광수(50)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소속 대학 윤리위원회로부터 '해임 의결'을 처분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연세대 윤리위원회(위원장 최중길 교수)는 지난해 7월 외부겸직 금지 위반으로 조 교수의 해임을 의결했고, 현재 교원인사위원회가 조 교수의 징계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최중길 연세대 윤리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윤리위원회에서 겸직 금지 위반 건으로 조광수 교수의 해임 의결을 처분한 적이 있다"라며 "현재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자세하게 얘기하기는 곤란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조 교수가 사퇴하겠다고 했다가 본인이 스스로 철회했다"라고 덧붙였다.
'겸직금지' 위반으로 징계절차 밟고 있는데... 초대 혁신성장 옴부즈만지난 15일 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조 교수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3년 임기(2018년 1월~2021년 1월)의 초대 혁신성장 옴부즈만으로 위촉했다. 혁신성장 옴부즈만은 기업이 혁신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혁신지원을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등 정부와 혁신현장의 민간기업을 이어주는 자리다.
혁신성장 옴부즈만 제도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 김 부총리는 "혁신 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현장 애로와 정책 건의를 부총리가 책임지고 챙기는 핫라인"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중요한 정책인 만큼 혁신성장 옴부즈만도 공적 책임의식이 높게 요구되는 자리다. 작년 12월 19일 기획재정부가 고시한 '혁신성장 옴부즈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에서 해촉 사유를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경우"로 명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연세대 윤리위원회는 조 교수가 자신이 설립한 업체로부터 총 5억5000만 원의 연구용역(연세대·한국HCI학회)을 '셀프 수주'한 점, 월 1000만 원의 자문료를 받고,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점 등을 외부 겸직 금지 위반사항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브릭앤과 크라우디즌에 근무했던 인사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해당 업체로부터 직접 자료를 협조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사립학교법 제55조 1항이 준용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공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겸직 금지 의무' 조항). 대학들도 학칙과 교원윤리규정 등을 통해 '겸직 금지 의무'를 명시해놓고 있다.
"총 5억5000만원 셀프수주"
조광수 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브릭커머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이후 C사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브릭커머스는 같은 해 12월 브릭앤으로, 지난 2016년에는 크라우디즌으로 회사명이 변경됐다.
조 교수는 브릭커머스와 브릭앤 시기 회사 대표를 부인에게 맡겼고, 자신은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2월 C사에 지분을 양도하기 전까지 브릭앤(크라우디즌)의 지분 10.09%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1000만 원을 받았다(총 1억2000만 원).
또한 회사는 조 교수가 자신이 재직 중인 연세대와 활동하던 한국HCI학회에 각각 2억5000만 원과 3억 원의 연구용역을 줬다. 용역 발주처가 조 교수가 설립한 회사였음을 헤아리면 '셀프 발주' 혹은 '셀프 수주'인 셈이다. 한국HCI학회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등을 연구하는 학회로 한국정보과학학회의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연구회'가 그 모태다. 그는 현재 한국HCI학회의 운영이사를 맡고 있다.
크라우디즌이 지난해 1월 서울남부지검에 낸 고소장에 따르면 "피고소인(조광수 교수) 자신을 용역주체로 하여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2억5천만 원, (사)한국에이치씨아이학회와 3억 원의 용역대금을 지불하였으나 아무런 용역의 결과물이 없고 특히 3억 원은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크라우디즌에서 임원을 지낸 A씨는 "연세대와 한국HCI학회에 준 연구용역의 '과제책임자'는 모두 조광수 교수로 돼 있었다"라며 "과제 명칭만 약간 다를 뿐 주제는 같은 연구용역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여러 차례 연구용역 결과물를 달라고 조 교수에게 요구했지만 주지 않았다"라며 "다만 몇백 페이지에 이르는 영문 자료만 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 교수는 지난 2015년 8월 부인 명의로 회사자금 7억2000만 원을 대여받았다. 애초 연 6.9%의 이자를 내는 걸로 약정했지만 조 교수쪽은 원금만 되돌려줬을 뿐 2015년 12월까지 15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내지 않았다. 대여금은 아파트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 언급한 A씨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까 한참 뒤에 이자를 주긴 했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명목상 대표이사를 맡았던 조 교수의 부인은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도 매달 500만 원의 급여를 가져갔다. 법인카드도 사적 용도로 쓴 사실이 외부 회계감리를 통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주)Brick& 경영진단보고서'(2016년 1월 8일자, 아래 '보고서')는 "(조 교수의 부인인) 이OO 대표 이사 (2015년) 지출액 중 미용실, 병원, 학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지출내역이 다수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대외적으로 회사 자금의 사적 유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지출액 회수 등을 주문했다.
병원·미용실·백화점·학원 등에서 회삿돈 사용... 보고서 "횡령·배임 가능"
또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회사의 재무제표상 '조광수' 이름으로 처리된 비용은 약 1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커피, 식사 등 복리후생비(586만여 원)와 여비교통비(약 171만 원), 접대비(약 373만 원), 차량유지비(8만여 원), 회의비(약 151만 원), 소모품비(186만여 원) 등이 포함돼 있다. 회사의 임직원에게 지원되는 비용을 조 교수가 지출한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복리후생비와 접대비, 차랑유지비, 소모품비 등에서 '사적 경비 지출'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복리후생비에서는 병원과 미용실, 백화점, 학원 등에서 지출한 비용이 있었고, 접대비에서는 홍콩 출장 시 선물을 구입한 비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186만여 원에 이르는 소모품비도 "사적 경비 성격으로 판단되는 지출"이었고, 차량유지비도 조 교수 개인 차량의 유류비였다.
보고서는 "조광수 교수는 회사의 주주이지만 임직원이 아니며, 8월까지 매월 별도의 자문료를 수령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광수 교수 명의로 복리후생비 등 회사 경비를 지출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회사의 임직원이 아닌 2대 주주가 회사의 경비를 개인 경비처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될 수 있으며, 상기 금액이 누적될 경우 회사 자금의 횡령 및 배임의 이슈로 불거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조 교수에게 지급된 자문료는 직원 급여가 아닌 지급 수수료로 계정을 대체하고, 조 교수로 지출 처리된 복리후생비 등 모든 비용 항목은 회사의 소속 임직원으로 대체하고, 지출 항목 중 사적 경비에 해당하는 지출은 다른 항목으로 대체하거나 관련 금액을 환수하라"라고 주문했다.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크라이디즌에 근무했던 B씨는 지난 2016년 9월 연세대에 제보한 글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과 자금의 집행은 조 교수가 진행했다"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겸직 금지의 의무가 있음에도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교단에 서는 것은 보기가 안 좋다"라고 지적했다.
크라우디즌 전직 임원 A씨도 "조 교수가 직원 급여, 계약금 등을 지급하는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라며 "조 교수가 그렇게 회사 자금을 관리하고 결제했다"라고 말했다.
조광수 교수 "학교에서 심의중... 변호사 선임해 적극 소명할 것"<오마이뉴스>는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조 교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11개 항목에 이르는 질문지를 문자로 보낸 뒤에야 지난 25일 조 교수는 문자로 답변을 보내왔다.
조 교수는 이 문자에서 "문자로 언급한 내용은 해당 회사의 전·현직 경영진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면서 저와 제 아내까지 휘말린 것"이라며 "저와 제 아내는 여러 차례 갖가지 명목으로 형사고소까지 당했으나 검찰 수사를 통해 전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형사고소건을 학교에도 투서해 현재 저희 학교에서 심의 중인데 저는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설 것이며 저의 억울함과 무고함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학교의 최종 처분 결과를 잘 지켜본 후 사실 관계를 판단해달라"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 연세대와 한국HCI 학회에 총 5억5000만 원의 연구용역 발주 ▲ 회사자금으로 사용한 약 1억 원 중 사적 용도로 사용한 부분 ▲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1000만 원 수수한 점 ▲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는 부인이 월 500만 원의 급여를 받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 등의 질문에는 자세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답변을 드리기는 곤란하오니 널리 양해 바란다"라는 문자만 남겼다.
조 교수에게는 '데이터 플랫폼 분야 전문가' 'AI인지공학 전문가' 'UX 분야 권위자' 'IoT기술 분야 전문가' '인터랙션 사이언스 권위자' 등의 호칭이 따라다닌다.
지난해 8월 펴낸 책 <연결지배성>를 보면 "그는 인공지능, 인지심리학, 디자인의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경험과 다중감각 사용자인터페이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상품기획, 드론, 학습, 스마트 카, 마케팅, 금융, 유통, 게임, 머신러닝, 햅틱스, 로봇, 장애인 접근성, 글쓰기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소개돼 있다.
성균관대에서 아동심리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조 교수는 전공분야를 바꾸어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인지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주리대 기능성게임랩 소장, 정보과학과·학습공학과·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2009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프로그램에 초빙돼 성균관대 대학원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 부교수로 옮겼다.
조 교수는 인터랙션 사이언스 연구소장과 서비스IT 융합포럼 의장, UI/UX 미래준비 의장, 인지융합과학기술포럼 부의장, 한국HCI학회·한국인지과학회·한국로봇학회·한국인지 및 생물심리학회 이사, 교육심리학 학술지 편집위원, 한국 인문사회학술위원회 위원 등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경력을 쌓았다. 크루셜텍 사외이사, 삼성전자 기술 자문교수, 삼성 디자인 멤버십 자문위원, IBK기업은행 스마트금융 자문위원, 안전행정부 정책자문위원 등도 지냈다. 현재는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동아일보>에서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선정했고, 2016년에는 KBS 인기프로그램 '명견만리' 신년특집('트렌드쇼' 2부작)에 출연했다. <중앙선데이>에서 만든 전문가 자문그룹(애간지팀)에도 참여했고, 삼성 사장단 강연에 초청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6년 11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440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단독 저서로는 <연결지배성>이 있고, <삼성은 지갑 속에 살고 애플은 마음 속에 산다>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 <경영의 최전선에 가다> <인지학습심리학> 등을 공동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