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 등 11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여부를 검사한 결과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등 22건의 비리 정황을 발견했다. 금감원은 해당 건들을 수사기관에 넘길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은행이 적발된 것인지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검사 결과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하고, 채용절차 운영상의 미흡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고 금감원 쪽은 설명했다.
이번에 확인된 채용비리 정황은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9건),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6건) 등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중 2회에 걸쳐 11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채용업무의 적정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었다.
은행 임직원·거래처 자녀 명단 따로 관리...면접 점수 조정도이와 함께 이날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정황 사례들을 공개했다. 청탁에 따른 채용의 경우 은행이 지원자 중 사외이사·임직원·거래처의 자녀·지인 명단을 별도 관리하고 면접 점수 조정 등으로 특혜 채용했다고 금감원 쪽은 설명했다.
관련 사례 중에는 이전에 한 은행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사람의 자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지원자가 은행 채용 때 서류전형에서 공동 최하위를 받아 같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은행이 합격자수를 늘려줬고 이 지원자가 최종 합격했다는 것. 또 이전에 해당 은행 계열사 경영진의 지인, 주요 거래처, 이전 지점장의 자녀들의 면접점수가 합격선에 못 미치자 이를 조정해 합격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려고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 지원자들이 불합격 대상임에도 임원면접 점수를 임의로 올려 합격 처리하고,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들은 합격 대상임에도 불합격 처리했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은행 임원이 자녀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면접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운영하지 않거나, 임직원 자녀 등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등 채용 절차 운영상의 미흡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금감원 쪽은 부연했다.
채용비리 정황 적발 은행은 '비밀'...외국계은행은 서면 검사만 다만 금감원은 이번에 발견한 채용비리 정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느 은행과 관련한 것인지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창우 금감원 일반은행국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어 (은행 이름 등) 그런 부분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검사 대상에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권 국장은 "외국계은행은 글로벌스탠다드(국제기준)에 맞게 내부통제 기준이 잘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해당 은행들을 대상으로) 서면 검사는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드러난 채용비리 정황 22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채용절차 운영상의 미흡 사례에 대해서는 경영유의 또는 개선 조치 등을 통해 은행의 제도 개선을 지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