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응급실 안 탕비실 천장에서 처음 시작돼 스티로폼 재질의 내장재를 타고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현장감식 결과 드러났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아래 수사본부)는 27일 오후 이날 진행한 2차 합동 감식 결과를 브리핑했다. 수사본부는 "(1층) 응급실 내 간이 설치된 환복 및 탕비실 천장에서 최초 발화되었다"고 밝혔다.
현장 감식에 참여한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안전과장은 "전기적 특이점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전선을 수거해 정밀 감정 후 화재 원인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까지는 보름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밀양 화재 참사 "1층 천장서 발화...내장재 불 키워"불씨는 천장에서 시작했지만 화마가 급속하게 번지며 유독 가스를 내뿜었던 데에는 불에 쉽게 타는 천장 내장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고 과장은 "중요한 초기 연소 확대 요인 중 하나는 내부의 단열제 스티로폼 때문"이라면서 "초기 영상에서 볼 때 연기 발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층에 전체적으로 시공된 이 내장재는 대부분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됐다. 37명의 사망자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희생자들이 불이 옮겨붙지 않은 윗층에서 나왔고, 대부분이 유독가스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결국 내장재가 피해를 키운 꼴이 됐다.
정전도 참사의 비극이 커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화재 당시 1층에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6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수사본부는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면서 안에 있던 환자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본부는 28일 진행하는 3차 감식을 통해 소방 설비와 연소 확대 과정 등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간호사들 "낙상 우려로 결박" 진술...불법 건축 벌금으로 때워구조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환자들이 침대에 묶여있어 구조가 더뎠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수사본부도 확인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 소방관은 20여 명이 결박되었다고 밝혔지만, 수사본부는 간호사로부터 "화재 당시 10여 명의 환자가 (신체보호대를) 사용하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이 내용은 사고 당시 3층과 5층에 근무했던 간호사들의 기억에 의한 진술이고, 2층에 근무한 간호사는 이번 참사로 사망해 진술을 얻지 못했다. 간호사들은 "수술환자가 무의식중에 기도가 막힐 우려가 있거나, 치매 환자가 낙상할 우려가 있을 때 신체보호대(결박)를 사용하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서도 신체보호대의 적정 사용 여부와 병원 관계자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밀양 화재 참사 구조대장 "환자 20여명 묶여있었다").
세종병원과 바로 옆에 있는 세종요양병원에 불법 건축물이 있다는 점도 수사에서 밝혀졌다. 1992년 세워진 세종병원은 2006년 1층, 4층, 5층에 147㎡, 요양병원은 2007년 2층과 6층에 약 20㎡ 규모의 불법 건축물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위반 건축물로 확인된 것만 12개지만 세종병원 측은 연 1회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만으로 책임을 피해왔다. 세종병원 측에 부과된 이행강제금만 총 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수 수사본부 부본부장은 "추가 불법 증축된 부분에 대해서는 관계자 조사 후 입건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