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장애인 편의시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각 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이다. 이러한 시설들은 장애인이동권연대 등 장애인 단체의 투쟁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역에서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완공되어 운행 중이거나 공사 중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리프트가 운행 한다고 해서 장애인이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인 판매소를 무인 판매소로 전환하며 벌어지는 고통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매표소에 복지카드(아래 카드)를 제시하고 무임승차권을 받거나 승차권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는 직원을 감원시키면서 한 역에 서너 개 되던 유인판매소를 무인판매소로 전환 시켰으며.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무임승차권을 받거나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면 유인 판매소를 일부러 찾아 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무인판매소에 있는 승차권 자동 발매기 역시 장애인 높이에 맞지 않다. 일반 무인 판매기 옆에 장애인이나 아동을 고려한 판매기도 있지만 그 것 마저도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인용 화장실 역시 각 역사마다 한 두 곳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무인 판매소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 장애인은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 위치를 묻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개찰구 역시 휠체어가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은 근무자나 사회복무요원이 다니는 직원용 개찰구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역시 직원의 도움 없이는 이용할 수 없다. 문이 잠겨 있고 직원이 혼자 근무 할 경우에는 또 다른 직원이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급하게 직원을 부를 수 있는 장치도 거의 대부분에서 마련되어 있지 않다.
7세 이하의 미취학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이용 할 경우에는 무임승차권을 받게 되어 있지만, 어린이에게 무임승차권을 주는 매표직원은 드물다. 보호자가 개찰구로 들어 갈 때 힘겹게 뒤따라 들어가거나 몸을 숙이고 개찰구 밑으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린이들도 무임승차권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보장구(휠체어, 목발)를 이용하지 않는 시각, 청각, 정신 장애인들은 노인들이 서 있는 줄에 끼어 무임승차권을 받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 강북구 미아5동에 사는 정신지체5급 나진형(23) 씨는 "회사가 종로3가역 세공공장 인데요. 퇴근 할 때는 노인들이 많아서 줄 서기가 창피해서 그냥 돈 내고 타요" 라고 했으며.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정신지체3급 한상철(34) 씨도 "의정부역에서 지하철로 서울에 오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때 복지카드 내면 화내요" 라고 말했다.
장애인은 본인이 원하는 출구로 나갈 수 없고 리프트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출구로 나와서 다시 최종 목적지로 나가야 한다. 규모가 작은 역의 경우에는 그 이동 거리가 멀지 않지만 종로3가 역과 같이 규모가 큰 역일 경우에는 그 최종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생각보다 먼 거리다.
무인시스템, 장애인들에게 무용지물 지하철 역 구내에 설치된 모든 편의시설들이 장애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되어 있다. 물품보관함이나 자동판매기 신문가판대 현금카드기, 최근에 설치된 우편 무인 창구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장애인을 배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지만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리프트를 설치한다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다 갖추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직원이 근무하지 않고 무인판매기만 설치된 역에서는 승차권자동발매기, 장애인용 화장실, 직원을 부르는 신호체계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겠다.
지하철 7호선 신중동역의 경우 승강기가 두 곳이나 설치되어 있지만 4번 출구 앞에 있는 홈 플러스를 가기 위해서는 3번 출구에 있는 승강기를 이용 한 뒤 위험한 횡단보도를 건너야 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역 구내의 모든 편의시설의 높이도 다시 한 번 고려하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게 높이를 낮추어야 하며 타인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겠다. 장애인 스스로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장애인의 편의를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