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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4시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가 열렸다.
 1일 오후 4시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가 열렸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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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재난 수준에 와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스태프)
"하루하루가 지옥이잖아요, 솔직히 노동현장이" (누리꾼 H씨)

1일 오후 4시,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이 출범 100일을 맞아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50여 명의 시민과 온라인 중계 채팅에 참여하는 누리꾼들이 함께했다.

이날 직장갑질 119은 오픈카톡방(익명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카톡방)과 이메일로 받은 제보 내용을 분석해서 공개했다. 약 80일간 이들에게 오픈카톡으로 쏟아진 메시지는 14만4767건. 1만2287명이 3841개의 '갑질 제보'를 했다. 이메일로는 총 1601개의 제보를 받았다.

갑질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24%)였다. 이어 직장내 괴롭힘(15.1%), 징계와 해고(8.9%), 휴게 시간 통제(7.8%), 근로계약서 문제(3.7%), 인사이동(3.5%), 그밖에 성폭력, 산재 등이 뒤를 이었다. 

오진호 직장갑질 119 스태프는 구체적인 갑질 사례를 소개했다. 강원도 한 병원에서는 직원들을 시켜 김장 1만 포기를 담게 하는 '황당 갑질'이 있었고, 한 유명 가구 브랜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퇴사 후 체불된 연차수당, 주휴수당을 총무팀에서 받아가자 바로 회사가 고소를 한 일도 있었다. "피임은 잘 하느냐"는 성희롱 발언 제보, 매일 "쌍것들 반쯤 죽여놔야 하는데"라는 말을 반복하는 상사의 욕설 녹음 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1일 오후 4시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가 열렸다.
 1일 오후 4시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가 열렸다.
ⓒ 뉴스타파 라이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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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갑질 피해자들'이 "네 잘못이야"라는 비난에 직면해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지현 검사가 성희롱 고발한 것을 보았다. 그와 같은 일이 많은 사업장에서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보자는 성희롱을 당했고 문제제기를 해서 가해자가 퇴사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따돌림과 인사상 불이익을 당해 결국 퇴사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불이익 입증의 책임은 피해자 몫이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힘드셨겠어요'라고 위로해드리니 '제가 잘못한 거 아니죠?'라며 울음을 터트리셨다. 항상 피해자는 '네게 책임이 있다'는 비난만 받았다고 한다."

인턴 과정에서 얼차려, 돈 대신 상품권 주는 '갑질들'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와 누리꾼들까지 질의응답에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친 후, '갑질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한 명 한 명의 증언이 끝날 때마다 시민들은 용기를 낸 이들에게 열띤 박수를 보냈다.

A 운송업체에 지원한 30대 남성은 입사를 위해 거쳐야 하는 7주간의 인턴 과정 속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밝혔다. 폭언 폭행은 물론, 기름기 있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등의 얼차려를 받았다. 또 교육 담당자가 무릎으로 허벅지를 수차례 내려찍었으며,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시켜서 팔목에 부상도 입었다. 모욕적인 말로 인격을 깎아내리는 일까지 반복되자 결국 그는 인턴 과정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도 11년 차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을 최근 보도처럼 급여를 "상품권으로 받아본적이 있으며" 이에 대해 항의를 하니 "방송작가는 근로자성이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홈쇼핑 업체에 프리랜서로 계약해서 콜센터 업무를 맡은 여성은 한 통화에 190원~280원으로 값을 매겨 사실상 월급을 120만 원도 못 받게 된 상황을 전했다. 계약 과정에서 불공정했다는 지적이다.

1일 오후 4시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가 열렸다.
 1일 오후 4시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직장갑질119 100일 토론회가 열렸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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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 위에 오른 이병주 보건의료노조 한림성심병원지부 부지부장은 "직장갑질 119가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서 그곳에서 마구 애로사항을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갑질 측에서 한림대 의료원 밴드를 하나 개설해줬고,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결국 5개 한림대 의료원이 노조를 가질 수 있었다"며 직장갑질119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스태프들과 시민들은 피켓을 들고 "욕하지 마" "돈 떼먹지마" "약속 지켜" "집에 좀 가자" "모든 을들은 뭉치자"라는 다섯 가지 구호를 외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노동현장에서의 갑질을 없앨 대책에 관해 김유정 노무사는 '노동관계 법령 재·개정', 노동행정 개혁', '직장문화 바꾸기', '노동인권 교육'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송오영 인권정책과 법제개선2팀장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실태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전체 응답자의 73.3%에 달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직장갑질119, #갑질, #직장갑질,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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