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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다. 사람들과 영화와 책 그리고 예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가끔 그것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이런 것도 '덕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연예인 콘서트에 가거나 굿즈를 모으는 것 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라며 그들이 얼만큼 빛나는지, 세상은 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큼 괜찮은 일이 어디 있을까.

이런 주체 못할 욕망(?)은 사람들과 나누면 나눌수록 좋다. 하지만 주변 지인과 함께 요즘 나는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노라고 말하면 늘상 듣는 말은 한결같다.

"너가 그 사람들 걱정 안해줘도 너보다 잘 살아. 세상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잖아."

나만 이런 얘길 들어본 건 아닐 것 같다. 그때마다 생각한다. 연예인 걱정이 왜 쓸데없는 거야?

'진지충'이어도 괜찮아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책 표지.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책 표지. ⓒ 한겨레출판


이승한의 책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는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중인 '술탄 오브 더 티브이'를 묶어서 낸 책이다. <먹는 존재>로 유명한 만화가 들개이빨이 공저자로 참여해서 삽화를 그렸다. 그 쓸데없다던 연예인 걱정으로 꽉 채웠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 혹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면, 왜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냐는 말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그런 사람을 '진지충', '프로불편러'라고 부르지 않던가?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세상에, 그 예능 프로그램이 왜 의미있는지 혹은 왜 나쁜지, 그 음악이 왜 좋은지에 대해 눈을 반짝거리면서 이야기해봤자 들어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눈을 반짝이면서 얘기해 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더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들과 나 모두를 위로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 말이다. 모두가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도 관련 있다.

"오늘날의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번거로워한다. (중략) '노래를 잘 만든다'는 말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듯, '재미'라는 단어 또한 여러 가지 층위의 가치를 담고 있지만, 그것을 뭉뚱그리고 끝내지 말고 좀 더 천천히 음미해보자는 제안은 쉽게 무시된다."


나는 연예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을 '엔터테인먼트 노동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하는 일 역시 존중받아야 할 노동이라는 인식이 없는 순간 '태도 논란', '인성 논란'이 생겨난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들 또한 이런 대접을 받는 마당에, 평범한 우리의 노동이라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내가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보느라 '종일 계산대 뒤에 서서 일하는 동료 시민'을 보는 것을 놓치고 '저렴한 옷'을 사느라 '과중한 작업량에 혹사당하는 공장 노동자'를 생각하는 걸 까먹는다. (중략) 바쁘고 고단한 탓에 서로가 서로의 괴로움을 오래 바라보지 못하니, 딱 그만큼 우리는 외로워지고 소외된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 큰 위로가 되었다

 낭독시간에 나에게 주어진 책의 한 구절. 감정노동에 지쳐있던 차에 정말 많이 공감되는 '불행의 평등주의'라는 말.
낭독시간에 나에게 주어진 책의 한 구절. 감정노동에 지쳐있던 차에 정말 많이 공감되는 '불행의 평등주의'라는 말. ⓒ 김민준


​이 책은 연예인에 대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국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데 신경을 쓴다. 그것이 '덕질'이라는 형태로 표출될 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도 그들이 고민하는 것에 대해 똑같이 고민하고 기뻐하는 것에 대해 똑같이 기뻐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마침 그때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내 자존감을 깎아먹는 외부의 것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작년 연말에는 소위 말하는 '감정노동'이 지속되면서 너무나도 지쳐있었는데, 저자가 주최한 북콘서트에 가서 '힐링'을 받고 왔다.

당시 현장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책 속 한 구절을 주고 낭독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내가 받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이 구절은 책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쉬지 않고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쳐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에 가슴 아파하고,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한 채 직장 상사의 사생활 침해와 부당한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 자신을 안쓰럽게 여긴다. (중략) 그러면서도 연예인이 나에게 감정노동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격분하는 것은 왜일까? "나는 네가 누리는 부와 인기를 가능하게 한 소비자 '대중'이니, 내가 받아야 할 몫을 챙기겠어"라는 소비자 심리와 "나는 감정노동을 하는데 왜 쟤는 안 해?"라는 불행의 평등주의가 폭력적으로 결합된 결과가 아닐까? 모두가 감정노동을 덜 강요받는 세상으로 함께 가자는 게 아니라 나도 강요받으니 너도 강요받아야 한다는 소모적인 평등주의."


저자가 글감으로 선택한 연예인은 애정어린 덕질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최근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 부정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보통 그런 부정적인 사건은 태도 논란일 때가 많고.

그렇게 대중이 연예인의 논란을 소비하는 방식은 연예계에 국한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게 만들어낸 '불행의 평등주의'라는 개념은, 정말 핵심을 잘 찌르는 표현이다.

낭독이 끝나고 한 청중이 손을 들었다. "작가님. 종현 파트를 읽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러자 저자는 종현 파트 중 일부를 낭독했다. 모두가 집중하는 자리였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그였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쓰여진 그 헌사는 북콘서트의 마무리로 충분했다.

여러분들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종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나, 그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도.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 어느 TV 중독자가 보내는 서툰 위로

이승한 지음, 들개이빨 그림, 한겨레출판(2017)


##연예인##나는지금나의춤을추고있잖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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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활동가이면서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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