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 시골 고향 마을의 빈집들을 둘러 보고 이를 기사화했다. 해당 기사가 포털 메인에 걸리면서 기사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기사에 언급된 빈집 중 하나가 생각보다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었다. 뒤늦게 그 빈집에도 놀라운 역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빈집 중 하나인 '새집'의 완공 연도는 놀랍게도 1929년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나는 애초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새집'의 연도를 1960년대나 70년대 초반쯤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새집의 건축 연도는 이보다 훨씬 앞선 일제강점기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집이 자신의 고향 집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해당 집은 "1929년 5월에 완공된 '새집'입니다"란 댓글을 달았다. 물론 이 누리꾼의 '증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이 누리꾼은 기사에서는 전혀 밝히지 않은 마을 이름(행정명)은 물론이고 집의 주소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마도 이 누리꾼은 '새집'에 살았던, 내가 형이나 누나로 불렀던 과거의 내 이웃일 것이다. 기사 한 줄이 과거의 내 이웃을 모니터 앞으로 불러낸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자 내 기억도 그만큼 빠르게 소환되기 시작했다. 새집이 소유했던 산의 이름(새집 산)과 새집에 대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겼다. 그토록 오래된 집은 어째서 나의 유년 시절인 1980년대까지도 여전히 새집으로 불린 것일까? 1929년에 지어진 해당 집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새집이 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집은 1980년대까지도 매우 자연스럽게 새집으로 불렸다.
아마도 새집이란 말은 습관처럼 쓰인 관용어일 가능성이 높다. 1929년 집을 새로 지을 당시부터 이 집은 새집으로 불렸을 것이다. 그 후 그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새집 아기가 되었고 이 집이 소유한 산은 새집 산이 되었을 것이다. 새집은 그렇게 관용어로 쓰이며 오랫동안 마을 주민들에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새집이 지닌 의미를 반추해서일까. 시골 마을의 빈집들을 보며 그리 유쾌하지 못했던 내 감정도 어느새 많이 누그러진 느낌이다. 이처럼 추억의 소환은 때로 유쾌하지 못한 현실까지도 희석하는 마력을 발휘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