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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일터를 망쳤나?"

한국지엠(GM, 제너럴모터스)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군산·부평·창원공장에서 일해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들이 '분노'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군산·부평·창원 비정규직지회는 20일 낸 자료를 통해 "지엠과 정부가 책임지고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해, 이들은 "노조의 양보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창원과 부평공장도 위험하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에선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존권이 위기에 놓였다고 매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기사들에 비정규직에 대한 얘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군산, 부평, 창원공장에는 2500명 가량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우리는 더 큰 불안을 겪고 있음에도 그림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비정규직도 한국지엠에서 일하며 자동차를 같이 만들어왔는데, 이들의 얘기는 다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군산·부평·창원의 비정규직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싸워 왔다"며 "비정규직, 정규직, 사무직, 부품사 노동자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방안을 찾자고 외쳐 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회사는 대체인력투입, 인소싱, 고소고발에 이어 업체폐업으로 노조를 탄압해 왔다. 회사가 비정규직노조를 그렇게 탄압한 이유가 이제야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지회는 "군산공장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쉽게 하기 위해선 비정규직노조를 먼저 파괴해야겠다는 의도인 것"이라며 "이제 구조조정의 전단계인 비정규직노조 파괴행위에 대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지엠과 정부는 부품사, 비정규직, 사무직, 정규직 등 한국지엠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보장할 것"과 "정부는 자금지원에 앞서 한국지엠의 회계장부를 공개토록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한국지엠 창원공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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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대한 금속노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의 입장' 전문이다.

누가 일터를 망쳤나?
지엠과 정부가 책임지고 일자리를 보장하라!

누가 공장을 망쳤나? 2009년 한국지엠은 완성차 94만대를 생산했다. 그런데 2017년에는 52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반면 글로벌 지엠은 2009년 파산위기를 한국지엠의 소형차로 이겨내고 생산량을 계속 늘려왔고, 16년 1000만대를 돌파했다. 지엠이 의도적으로 한국공장에 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16년 지엠은 14조원의 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그중 1조 5천억원 가량이 지엠 본사로 흘러들어갔다. 지엠을 회생시킨 한국지엠에 물량을 계속 줄이고, 자금을 본사로 빼가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물량이 많을 때는 주말도 없이 힘들게 일했고, 물량이 줄어들면 휴업과 고용불안에 떨어왔다. 지엠의 경영진들이 현재 위기를 만들었는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물량과 신차를 배정하기는커녕 희망퇴직과 임금·복지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16년 메리 바라 지엠 회장은 243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비용을 줄여 배불린 것은 지엠의 경영진들 아닌가?

군산공장 폐쇄 이전에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있었다. 2015년 비정규직 1000명이 해고되었다. 3년이 지나 지엠은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정규직을 해고하려 한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에 앞서 비정규직을 쫓아낸 것이다.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발생할 당시에 지금과 같은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대응이 있었다면 과연 지엠이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조치를 쉽게 취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부평과 창원공장도 군산공장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18년 1월 1일자로 부평과 창원에서 130명 가량이 해고되었다. 비정규직이 일하는 공정을 정규직으로 인소싱하고, 하청업체를 폐업하면서 해고된 것이다. 비정규직이 해고되면서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제2의 군산공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비정규직 해고부터 해결돼야 한다.

지엠과 정부가 노동자생존권 책임져라! 지엠이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가져갔다. 쌓아둔 이익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필요할 때 가족이라며 부려먹고, 필요없다 내다버리며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지엠의 행태를 그냥둬선 안 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그동안 지엠이 한국공장을 망치는 것을 방조해왔다.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이기도 하다. 정부는 자금지원에 앞서 지엠이 감추는 회계장부를 공개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두 번이나 불법파견으로 판결했음에도 정규직전환은커녕 해고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 법조차 지키지 않는 지엠의 행태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 지엠과 정부는 부품사, 비정규직, 사무직, 정규직 등 한국지엠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보장하라.
-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해고를 철회하고 고용을 보장하라! 불법파견 사과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 정부는 자금지원에 앞서 한국지엠의 회계장부를 공개토록하라.

2018년 2월 20일. 금속노조 한국지엠 군산·부평·창원 비정규직지회.


태그:#한국지엠, #금속노조,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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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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