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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기초등학교.
관기초등학교. ⓒ 송찬호

"충북 보은에 있는 관기초등학교입니다
농촌 학교여서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 걱정입니다
내년에 입학할 새내기 어린이들 어서 오세요
교문 앞 소나무도 저리 반갑게 인사하며 기다리니까요"

송찬호 시인이 쓴 디카시 '관기초등학교'다. 교문에 반갑게 인사하듯 서 있는 두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농촌에 있는 학교는 학생수가 점점 줄어 걱정이라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송찬호 시인은 사진과 시를 함께 담은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를 펴냈다. 도서출판 디카시는 지난 해 디카시 '비상'으로 '제3회 디카시작품상'을 수상한 송찬호 시인의 시집 <겨울 나그네>를 '디카시 기획선 2번'으로 펴냈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송찬호 시인은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외 다수의 시집과 동시집을 출간하였다.

<겨울 나그네>는 디카시 정체성의 시금석을 보여주는 동시에 바른 길잡이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찬호 시인이 디카시를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자 언어에만 갇혀 있다가 영상언어를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디카시 쓰기는 세상이 작업실이어서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건 디카시 대상을 만나고 또한 디카시를 찾아다니는 기동성과 현장의 즐거움이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디카시를 창작하였다는 것"이라 했다.

송찬호 시인은 "디카시가 고도의 사진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는 것이기에 촬영 기술이 서툴다 할지라도 거리낌 없이 자연이나 사물 앞에 스마트폰을 들이밀 수 있어 디카시를 쓴지 1년 만에 디카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했다.

송찬호 시인은 디카시가 문자시의 창작 방식과 다른 독특한 창작 미학을 지닌 극순간의 양식임을 밝힌다.

그는 "디카시는 시적 형상이 발견되는 동시에 날것 그대로의 언어와 결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촬영을 마치는 순간 한 편의 디카시도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내 디카시도 그렇게 쓰였다. 구형 폴더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디카시를 쓰기 시작한지 일 년만에 빠르게 이번 시집 출판으로 이어진 것도, 디카시 작업의 이런 기본 원리가 경쾌하게 작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송찬호 시인의 디카시집 <겨울나그네>.
송찬호 시인의 디카시집 <겨울나그네>. ⓒ 윤성효

시인은 시집 후기에서 디카시 '관기초등학교'의 창작 과정도 소상하게 설명해 놓았다.

"관기초등학교는 내가 사는 동네에 있다. 내가 이곳에 들어와 살기 전 옛날 한때 전교생이 천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지금은 겨우 마흔 명을 웃돌 뿐이다. 그것도 해마다 입학하는 어린이가 줄어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 그런데 관기초등학교 앞에는 재미있는 자세로 서 있는 나무가 있다.

'어서 오세요'하고, 교문 양쪽에서 마주 보고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듯한 모습의 두 그루 소나무가 그것이다. 누구는 그 소나무를 보고 친절하고 예절바른 학교 이미지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나는 거기서 어린이가 없어 텅 비어가는 농촌 학교의 절박한 현실을 보았다.

… '허리 굽은 소나무' 사진 영상이 앞자리에 있어야 문자시의 의도가 선명히 살아나는 것이다. 나는 교문 앞 소나무가 언젠가 재미있는 시로 다가오리란 예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시를 만나게 되었다. 다시 보면 관기초등학교의 소나무는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 뛰어노는 학교를 꿈꾸는 동시에, 자신이 한 편의 시로 태어날 디카시도 오래 기다린 게 아닐까 생각케 하는 것이다."

송찬호 시인은 "앞으로 디카시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디카시의 운명을 가늠할 능력이 없지만 디카시가 도래하는 문학의 새로운 양식임을 직감하고 이를 즐겁게 받아들여 쓰는데 힘을 쏟았다"고 했다.

디카시는 2004년 경남 고성을 발원지로 시작되어 전국적인 문예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고성문화원 부설 디카시연구소에서는 '경남 고성 디카시국제페스티벌'을 매년 열고 있다. 올해 중·고교 국어교과서에 디카시가 각각 수록되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를 말한다.


#디카시#송찬호 시인#관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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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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