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나란히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개막식에 불발됐던 북미 접촉이 성사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25일부터 27일까지 체류하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이 23일 한국을 방문해 27일까지 머문다.
이들은 25일 열리는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개막식에서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으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각) "이방카 고문으로서는 올림픽 폐회식이 북한 측 인사를 만날 기회"라며 "미국과 북한 양측의 계획되거나 또는 계획되지 않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방카 고문이 방한 기간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것도 집중할 계획이 없다"라며 이번에도 북미 접촉이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방카 고문은 펜스 대통령과 달리 탈북자 면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며 한국 국민과 직접 만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2028년 하계 올림픽 유치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이날 이방카 고문은 성명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게 되어 매우 영광으로 여긴다"라며 "미국 선수들이 이뤄낸 성과를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것을 고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WP는 "미국이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살짝 옮기면서도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나타내야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가동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NYT "이방카, 김여정에 필적할 특사"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방카 고문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에 을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혹시라도 한국 언론이나 북한 측 인사와 마주치더라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방카 고문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에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이 포함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후커 보좌관은 미국중앙정보국(CIA) 북한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2014년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을 수행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을 만난 바 있는 한반도 전문가다.
NYT는 이방카 고문을 '북한의 이방카(김여정)에 필적할 수 있는 특사'라고 소개하며 "미스터리한 북한 여성 김여정에게 집중됐던 언론 보도를 능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관계자들은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고문이 독재자의 여동생과 거론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라면서도 "가족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방카와 김여정의 비교 구도는 명백하게 만들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방카 고문의 방한이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기회로 보고 있다"라며 "이방카 고문이 백악관에서 정치력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