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충청남도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강수량이 떨어져 물이 부족해진 탓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이 확산되고 있다. 가뭄 극복 대책은 충남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의 저자인 서울대 한무영 교수가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밝맑도서관에서 강연을 열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매년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 사람들은 문맹이 아닌 '물맹'일지도 모른다.
한 교수는 충남의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언급 한 뒤 "물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물공급을 늘리거나 물을 덜 쓰는 방법이 있다"라며 "도수로나 댐을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물을 아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물관리 강국이다. 마을 마다 기본적으로 연못이 갖춰져 있었다. 게다가 논이 많아 빗물의 자동 저장고가 되기도 했다. 논에 별도로 마련된 둠벙도 빗물 저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교수는 "빗물은 받아서 그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적게 들어간다"라며 "해수 담수화보다는 빗물을 잘 받아 놓고 쓰는 것이 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든다"라고 말했다. 빗물을 적절히 이용하면 비교적 손쉽게 가뭄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 버리는 '홈통' 다시 봐야 한 교수는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 홈통을 다시 봐야 한다"라며 "홈통은 1년에 가장 깨끗한 물 100톤을 생산하는 빗물 저금통"이라고 말했다. 홈통을 통해 버려지는 빗물을 모아 텃밭 농사나 변기용 물로 사용하면 상당량의 수돗물을 아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변기를 통해 허투로 새 나가는 물의 양도 만만치가 않다. 한 교수에 따르면 가로 40cm, 세로 25cm의 변기는 1회당 12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변기를 하루에 여섯 번만 사용해도 72리터의 물이 소모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빗물 저장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절수"라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절수형 변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빗물을 저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빗물을 고려하지 않은 수자원 계획은 진정한 수자원 계획이 아니다"라며 빗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