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사의 수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의료장비라면 재난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소방관들의 땀을 의미있는 결과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 바로 소방장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방장비는 약 930여종에 이른다. 대표적인 장비로는 소방차량 5천여 대, 소방헬기 28대, 소방정 27척, 그리고 위성장비를 포함한 정보통신시스템 21종 등이다.
하지만 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주무부서인 소방청의 장비 담당인원은 고작 1개과 14명에 불과하다.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이 151명(1관 4과), 해경이 85명(1국 4과)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현재의 재난은 대단히 복잡하고 대형화되어 가고 있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담당부서의 획기적 충원을 포함한 재정비가 필수적이다.
하나의 장비가 소방관들과 인연을 맺는 시점에서부터 내구년수를 다해 은퇴할 때까지의 사이클을 이해하고 소방관들의 대응능력을 도와 줄 탁월한 장비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소방장비의 구매 및 검수, 유지보수,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안전표준 규격의 연구, 제품성능 향상을 위한 관련 산업체와의 협업, 국제기준에 맞는 제품인증 등 당면해 있는 현안만 해도 이미 산더미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의 시스템은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미국의 '재난관리시스템(National Incident Management System)'의 한 축인 '현장지휘시스템(Incident Command System)'의 직제를 보면 장비관리를 단순히 장비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관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중요한 핵심(Key)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화재와 올 1월에 발생한 경남 밀양화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 갔다. 특히 제천화재의 경우 이미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와 같이 노후된 무선통신 설비는 소방관들의 구조활동을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결국 소방관들의 땀과 희생도 제대로 된 소방장비가 받쳐주지 못하면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장비의 상태가 바로 그 조직의 준비상태를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소방장비의 전반적인 사이클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을 위한 필수조치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필수사항이기도 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소방장비를 담당하는 부서의 획기적인 충원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 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방장비관리법 제정안'을 디딤돌로 해서 이번 기회에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관련부서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경찰이나 해경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소방장비 담당부서의 충원을 고민해 봐야 한다.
단순히 장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차원으로는 애꿎은 소방관들과 국민의 희생만 뒤따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