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호 기름 유출 사고의 원점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17일 현대차 아산공장으로 연결되는 우수관로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당시 유출의 근원지로 현대차 아산공장을 지목했다. 하지만 공장 측은 "주민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아산시가 최근 국립과학수사원구원에 의뢰해 기름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아산공장에서 사용하는 기름의 한 종류인 절삭유란 사실이 밝혀졌다. 절삭유는 금속재료를 가공할 때 쓰는 기름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산시 환경과 관계자는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경유, 휘발유, 등유는 검출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절삭유와는 유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2월 말 현대차 아산공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삽교호 주변의 인주면 어업계 소속 주민들은 6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차 측에 "즉각 사과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민들은 이날 "현대차는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공개 사과해야 한다"며 공장가동 중단 및 주민 피해를 보상할 것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현대차는 우수관로를 통해 기름을 유출하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해 왔다"며 "현대차 인주 공장은 사고원인이 밝혀지고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장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기름 유출 사고는 지난 2월 28일에도 한 차례 더 있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비가 내리자 오후 3시경부터 다량의 기름이 다시 유출되었다"며 "소방서와 경찰서 아산시청에서 나와 조사 우수관로의 물살과 바람 탓에 방제작업을 제대로 못 했다. 기름이 삽교호로 그대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김종명 인주면 어업계장 "우리는 삽교호에서 살고 있는 어부들이다"라며 "어민의 생계가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가 차수철씨는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한두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지역 환경을 훼손한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주민들의 기자회견과 관련,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알려 주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앞서 현대자동차 측은 "본사에서는 기름 유출 사고가 현대차와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